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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카지>의 품격은 어떻게 무너졌는가

[기타] | 발행시간: 2012.08.20일 13:31
- < 라카지 > 조연출들의 충격 멘탈쇼

- '진화하지 못한 관객'이라서 똥물을 퍼부었는가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18일 뮤지컬 < 라카지 > 의 제작사 악어는 환불을 원하는 예매자들의 전화 폭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7월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 라카지 > 는 국내 초연한 라이선스 뮤지컬로 동성애 가족의 유쾌하고 따뜻한 사랑을 그려내 흥행작으로 점쳐진 바 있다. 배우 정성화 김다현 남경주 외에도 2AM의 이창민과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을 통해 성인연기자로 거듭난 배우 이민호가 포진돼 팬들의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 소수자를 다룬 작품임에도 대중적 인기를 끌 만큼 관객들의 수용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도 사실.

이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던 공연에 느닷없이 항의가 빗발친 것은 다름 아닌 조 연출 정 모씨의 말실수 때문. 정씨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뮤덕(뮤지컬 덕후)에게 스태프 일을 권하고 싶다. 스태프 일을 해봐야 자신의 위치를 정립하고 나불거림을 중단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자 이지나 연출과 조연출 이 모 씨가 동조하며 이 공연 관객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이 같은 트윗이 삽시간에 트위터와 블로그, 공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돈내고 욕먹고 싶으면 < 라카지 > 보세요' 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정 모 씨는 이내 트위터로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형식적인 사과문이라는 인상을 줘 공연 팬들의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두 조연출은 해임됐고, 문제의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 라카지 > 사태에 대중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사과문 게시와 두 조연출의 해임 및 환불 조치 등으로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제작사의 안일한 태도가 우선한다. 사실 공연의 최 전방에서 선두 지휘하는 선장은 누구인가. 바로 연출이다. 이지나 연출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 < 라카지 > 스태프들에게 요구했던 건 품위와 격을 잃지 말자는 거였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 품격은 도대체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연출가 이하 스텝 및 배우들 모두 공연을 사랑하는 거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길이라면 맞는 길로 가게 방향을 제시 해줘야 하는 게 연출 아닌가. 그런데 한 인간의 내면에 2중의 양면성을 지닌 '지킬 & 하이드'를 능가하는 조연출들의 충격 멘탈쇼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과문 게시 하나로 입을 닫았다. 본인의 책임은 정말 단 1%도 없었을까.

과거에는 한편의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종 미디어를 적재적소에 이용해 이슈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유효했다. 관객들은 그것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관객들이 주도권을 쥔 시대다. 게다가 영화 티켓 값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대극장 티켓 값은 10만원에서 15만원을 웃돈다.

누군가에게는 '관객'이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일 수 있다. 그렇다고 관객들이 잘 생기고 쫙 빠진 오빠만 나오면 스스럼 없이 지갑을 여는 바보는 아니다. 그들도 거품만 가득하고 가짜로 짓는 미소만 가득한 작품인지 진정성 있는 작품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식견을 지녔다. 그들의 애정 어린 평이 작품을 발전시킨 사례가 증거이다.

뮤지컬은 상업예술이다. 상업예술일 수록 객관성이 중요하다. 더더군다나 공연은 관객이 있어야만 의미가 전달되는 예술 장르이다. 수시로 공연장을 찾는 팬들의 열정이 도가 지나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극 소수의 사생팬들을 열성팬과 동격으로 바라보선 안 된다. 대부분의 열성팬들은 힘든 세상 속에서 '뮤지컬' 한편으로 위로 받은 경험이 있는 소시민일 뿐이다. 이용만 당한 분노한 시민들이 < 라카지 > 에 등을 돌린 이유이기도 하다.

악평이 쏟아지면 작품에 대한 조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인에 대한 악평으로 받아들이는 분은 지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의 특기는 누구보다 트렌드를 잘 읽어낸다고 자평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만이 현재 < 라카지 > 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이 비극은 감각에 대한 겸손을 잃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 쓴 < 라카지 > 조연출들에게 "'개념'을 들이밀지 말라" 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 없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고 허약하다는 변명에도 일견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신적인(?) 스텝의 권위에 관객을 끌어들일 생각하지 말고, 관객들의 눈높이로 내려와 세간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관객과의 진짜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일각에서는 뮤지컬 사생 팬과 스텝간의 불화를 갖고 너무 호들갑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 쓰릴미 > 와 같이 매번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분노를 낭비하다 세간의 관심 속에 잊혀질 것이라 자신한다. 과연 그렇게만 치부할 문제일까.

관객들은 진화한다. 그분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의 진화여서 일까. 느닷없이 똥물을 뒤집어 쓴 관객들의 입맛은 개운치 않다. 관객이라고 치켜 세워줄 때는 온데 간데 없고, 마치 파티에 초대해 놓고 요강 뚜껑에 물 받아 먹게 한 꼴이다. 앞으로 공연을 고를 때 출연 배우 뿐 아니라 참여스텝 명단까지 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주어진 것에 울상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개념 연출가'의 명예에 먹칠이 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사진=악어 컴퍼니]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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