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24일 오전 사건 발생현장에서 피의자 서모씨가 관계자들과 함께 이동 중 한 시민이 발로 범인의 중요한 곳을 차고 있다. 서 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바래다주고 중곡동 자택으로 돌아온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전자발찌를 찬 채 이웃동네 주부 이아무개(37)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아무개(42)씨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 당시 입고 있던 파란색 반팔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범행장소인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모습을 드러낸 서씨는 이날 오전 10시5분부터 약 40분간 성폭행을 시도하고 피해자를 칼로 찌르기까지 전 과정을 재연했다.
이날 현장검증 장소에는 2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몰려 들었다. 주민들은 “모자를 벗겨라”, “마스크 벗겨라”, “가족들이 어떤 심정이겠냐”고 소리치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이씨의 시동생 박아무개(37)씨는 “너 이 XX, 내 얼굴 기억해!”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현장검증을 마친 서씨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죄 드립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서씨가 차분하게 현장 검증에 임했고 깊이 뉘우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현장 검증에 임했고 1, 2차 진술한 내용이 그대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씨가 어제 저녁까지 13끼를 거른 채 진술과 현장검증을 거부해왔지만 오늘은 죽을 먹고 수사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목숨을 잃은 이씨의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 원장 이아무개(64)씨는 “이씨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늦게까지 있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꼭 내 아이처럼 대했다”며 “그래서 아이 어머니도 자주 만났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가엾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곡동에서 32년째 살고 있는 손아무개(60)씨는 “소식을 듣고 동네 주민들이 밤에 며칠씩 잠을 못 잤다”며 “아침에 뚝방에 운동을 자주 나가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무서워서 나오질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검증 장소를 찾은 피해자의 막내동생 이아무개(33)씨는 “33살 나이에 늦게 결혼하기 전까지 누나가 가장같은 역할을 하며 큰 일도 다 하고 봉사활동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며 “누나와 1주일 전에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그때 서운하게 끊어 너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생 이씨는 다음달 1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서씨의 범행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2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겨래/정환봉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