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칼럼 > 화제
  • 작게
  • 원본
  • 크게

컴퓨터 초보자의 변명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10.31일 16:33
하버드대학 출신이지만 월든호수가에 손수 지은 오두막에서 2년여 자급자족의 인생실험을 결행했던 특이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이다. 자연처럼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그번 실험을 바탕으로 그는 이 책에서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화두를 도출하기에 이른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은 그릇된 생각때문에 고생을 사서 한다. 흔히 필요성이라고 하는 거짓운명의 말을 듣고는 좀이 파먹고 녹이 쓸며 도둑이 들어와서 훔쳐갈 재물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대부분의 사치품들과 이른바 생활편의품들중의 많은것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이 아니다. 그런 사치품에 둘러싸여있으면서도 수많은 원시적인 즐거움의 면에서는 가난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집들은 쓸모없는 가구들로 잔뜩 어지럽혀지고 더럽혀져 인간은 이제 자기가 쓰는 도구의 도구가 되여버렸다는것이 말하자면 그의 특이한 시각이다. 맹목적인 불리기, 더하기에만 욕심을 부리는 삶에 일침을 가한것이다.

이와는 달리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며 소로우는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금으로부터 150여년전(1854년)에 남긴 소중한 충고이다.

이 고마운 충고를 마이동풍으로 여겼던 탓일가? 오늘 우리의 인간동네는 대량생산, 대량랑비의 극으로 치닫고있다. 그대신 대기, 강과 바다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있고 일회용품들을 망라한 생활쓰레기가 넘쳐나 사람들이 극심한 고민에 빠져있다. 굶주리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영양과다섭취로 말미암아 비만을 앓는 사람들도 기수부지이다.

이런 페해가 속출할수록 소로우식의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덜기의 인생철학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런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현대류행의 맹위에 무작정 로출되지 않고 스스로 간소한 생활을 찾아하는 사람들이 돋보인다.

한국의 오랜 학자 리영희(78세)는 알걸 알면 되지 너무 많이 알 필요가 없다며 컴퓨터나 텔레비죤을 멀리하고있다고 들었다. 영상물을 통해 볼라니 요즘 장편소설 《아리랑》 100쇄의 기록을 낸 소설가 조정래는 아직도 고풍스럽게 원고지와 펜을 고집하고있다.

얼마전에 작고하기는 했지만 여러 나라 정상들과 매서운 질문의 인터뷰를 해서 유명했던 이딸리아 녀류기자 파라치는 텔레비죤거부자로 소문났었다.

이들에게 돈이 부족할가? 이들을 현대문명을 등진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비웃을수 있을가? 천만의 말씀이다. 문명이라는 리기(利器)의 량면을 보아낸 그들은 류행을 등지였을따름이다. 필요이상의 잡동사니들을 밀어내고 애용품만 남긴 그들은 《자발적인 빈곤》을 신봉하는 사람들이고 소로우의 덜기인생론에 동조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고 나는 믿는다.

현대기기(器機)에 관한한 나는 좀 어리숙하고 어중간한 축에 속하는것 같다.나는 컴퓨터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고수라고 할수는 없다. 켰다껐다 할줄이나 알고 타자를 해서 전송을 하고 약간한 검색을 해보는 정도의 초보자에 불과하다.

나는 텔레비죤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열성자라고 할수는 없다. 극히 제한된 프로만 골라보는 비행운시청자이다. 나는 핸드폰도 갖추기는 했으나 통화외의 복잡한 성능은 깜깜부지이다. 소로우가 권장한 《자각적인 빈곤》까지는 몰라도 이만하면 나는 적어도 《자각적인 부족》쯤은 사는게 아닌지 모를 일이다. 정말 그렇다면 나는 현대기기에 능란하지 못한 대신 별 신고도 없이 뒤자리에나마 소로우신봉자대렬에 자동편입이 되고 무임승차하는것은 아닐가?

스스로도 묘한 기분이 들지만 컴맹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지금의 어중간함이 나는 좋다. 그 어리숙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나는 현대기기초보자로서의 부족함에 만족하며 살아야지싶다.

초보자인 나는 영상에 집착하지 않는 대신 언제나 말없이 깊은 가르침을 주는 자연의 사계(四季)를 더 자주 찾을수 있게 될것이다. 나는 특히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고전이나 신간명저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할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초보자는 또한 쓸만한 정보나 괜찮은 볼거리를 더러 놓치는 유감이 생길는지는 몰라도 그런 손실은 텔레비죤의 하찮은 오락물이나 인터넷상의 무가치한 정보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을수 있다는 리점에 의해 상쇄될것으로 기대된다.

개화가 채 되지 못한 초보자는 특히 나름대로의 인식의 비약을 경험하는 행운을 만날지도 모른다. 이 시각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개인장서정리이다. 서가도 좀 덜기를 해야 할것이다. 신간은 자꾸 쏟아지는데 서가는 정리되지 않으니 벽에 명화를 걸어놓을 자리도 남기지 못한다.

손님대접례절도 어차피 바뀌여야 할듯싶다. 앞으로 집에 온 손님을 대접하더라도 음식을 맛있게 들라는 선에서 스톱을 해야지 이전처럼 무작정 많이 들라고 하는 낡은 투는 삼가해야 할것 같다.

좋은 음식이 나지면 띠를 풀어놓고 먹는다는것은 옛말이다. 이밖에도 공식적인 회의에 적게 간다거나 보행을 많이 하고 차타기를 될수록 줄인다거나 두루 생각을 해보면 덜기를 할 대상은 상상밖으로 많아보인다.

이렇게 낮은 수준으로라도 드팀없이 덜기인생을 지향하다보면 한결 나아진 삶이 기다려줄것만 같고 과욕으로 인한 속탈이나 비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하기와 덜기, 결코 소학교에서만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다.

/장정일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10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여친 바람 2번 겪어” 이진호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

“여친 바람 2번 겪어” 이진호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

코미디언겸 방송인 이진호(나남뉴스) 코미디언겸 방송인 이진호(38)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일화를 털어놨다. 이진호는 지난 4월 30일(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특히 이진호는 이날 방송에서

“죽을 병에 걸렸나 생각했다” 비비 공황장애 고백

“죽을 병에 걸렸나 생각했다” 비비 공황장애 고백

비비(나남뉴스) 배우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비비(25)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비비는 지난 4월 29일(월) 공개된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게스트로 출연해 공황장애 사실을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비비는 “공황장애가 몇 번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