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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국정원 3차장은 억울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6.29일 12:03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지난 2012년 10월 국회 정보위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이 질의에 나섰다.

- 제3차장 산하 대북심리정보국 3개팀 70여명이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을) 작업한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이냐?

민병주 국장

"없다."

원세훈 국정원장

"아니다."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12월 유 의원의 질의내용은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어 총 6개월에 걸친 경찰·검찰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공작의 '지휘체제'를 둘러싼 의문점은 충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댓글 공작의 실행부서인 심리정보국이 직제상으로는 3차장실에 있지만 실제로는 2차장실에서 지휘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댓글 공작'으로 불리는 인터넷 여론 조작을 대북심리전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변칙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국정원·검찰에서는 '심리전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14일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고유기능인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았다"며 "이같은 그릇된 인식하에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 서울중앙지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정원 댓글 공작을 주도한 곳은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국이었다. 심리정보국은 지난 2011년 11월 대북심리전 전담부서였던 '심리정보단'(심리전단)을 확대·개편한 조직이었다. 초대 심리정보국장은 민병주 전 전북지부장이 맡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었던 김성호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심리정보국 아래에는 두 개의 '단' 조직이 있었다. 구아무개씨를 단장으로 하는 제1단은 심리전 기획부서이고, 이아무개씨를 단장으로 하는 제2단은 1·2·3·5팀 등 4개의 안보팀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국정원 4개팀 70여 명이 '인터넷 댓글 공작' 벌였다). 이는 검찰에서 "4개의 사이버팀에서 70여명이 활동했다"고 확인한 대목과 일치한다.

하지만 국정원에서는 '심리정보국'이 아니라 '심리전단'이라고 주장한다. 이종명 전 3차장은 지난 2012년 12월 13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김아무개씨의 신분을 확인해주면서 "심리전단에 소속된 직원이다"라고 답변했다.

검찰에서도 국정원 간부·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민주당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명칭을 심리정보국으로 알고 고발장에도 심리정보국장으로 기재했지만 실제 국정원 조직상 그 정확한 부서 명칭은 심리정보국이 아니라 심리전단이다"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은 원세훈 전 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독립부서로 편제됐다. 애초 2개팀으로 출발했던 사이버팀은 지난 2010년 10월과 2012년 2월 각각 3개팀과 4개팀(70여명)으로 확대했다. "국정원의 업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수행"(원세훈 원장이 2009년 5월 15일 전부서장회의에서 한 발언)하기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국정원에서 줄기차게 '심리전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 여론조작을 위해 조직까지 확대·개편한 사실을 숨기고, 댓글 공작이 '대북심리전 일환'이라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 조직에서 심리전단(심리정보단)과 심리정보국의 차이는 크다"라며 "이렇게 조직이 확대·개편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심리전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에서도 '심리전단'이라고 최종 판단한 것은 국정원 간부·직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탓으로 보인다.

'원세훈-박원동-민병주' 혹은 '원세훈-목영만-민병주' 라인?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 권우성

검찰에서는 인터넷 댓글 공작의 지휘체제를 '원세훈-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전단장-각팀장'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원세훈 공소장'에서 그 지휘체제를 조금 자세하게 밝혀놓았다.

"피고인(원세훈)은 매월 개최되는 전부서장 회의에서 국정원장으로서 각종 지시사항을 시달하였으며 이러한 지시사항은 회의 직후 각 실·국장 산하 팀장 회의, 각 팀장 산하 회의 등의 계통을 밟아 전직원에게 즉시 전파되고 (중략) 심리전단의 활동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월례 전부서장회의와 일일 모닝브리핑에서 피고인이 지시한 사항이 3차장 이○○, 심리전단장 민○○를 거쳐 각 사이버팀장을 통해 사이버팀 전직원에게 시달되며 (후략)."(7-8쪽)

검찰에서 파악한 대로라면 원세훈 전 원장뿐만 아니라 이종명 전 3차장도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은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을 모두 기소유예했다.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으로서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조차 '3차장 책임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한 이종명 전 차장의 행적조차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파트인 차문희 전 2차장과 박원동 현 국익정보국장이 경찰수사결과 축소·은폐에 개입했다는 정황만 나오고 있다. 이는 심리정보국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곳은 3차장실이 아니라 2차장실일 수 있다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차문희 전 2차장 아래에 '국익전략실'과 '국익정보국'이라는 조직이 있다. 신아무개 실장이 이끈 전자는 국내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부서로, 최근 논란이 됐던 '반값등록금'과 '박원순' 관련 문건을 생산한 곳이다. 박원동 국장이 이끈 후자는 국내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박 국장은 국내정보 수집의 총책임자였던 셈이다. 경주 출신인 그는 "국정원내 국내정치공작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점들 때문에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해 그를 주목하는 눈길이 많다.

국회 정보위의 한 관계자는 "박 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 국정원의 국회 파견관으로 왔고, 이후 2010년 9월 국익정보국장의 자리에 올랐다"며 "국회 파견관은 보통 1년 반 정도 하는데 박 국장이 3년 가까이 일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검찰이 이종명 3차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종명 3차장이 (인터넷 댓글 공작을) 몰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원세훈-박원동-민병주나 원세훈-목영만(기조실장)-민병주"로 지휘체제가 작동했다면 3차장이 직접 지휘할 수는 없었다는 시각이다. 목영만 전 기조실장은 국정원내 'S라인'(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이다. 이 의원은 "아는 사람이 많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지휘)라인을 최소화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종명 3차장 "선거나 정치상황은 3차장실과 관련없다"

'실질적인 지휘체제'와 관련해 지난 2012년 12월 13일 국회 정보위의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날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국장은 새누리당 소속의 Y의원과 아래와 같은 질의-응답을 나눴다.

Y의원

"국내 상황과 관련된 심리전을 하는 거냐?"

민병주 국장

"전혀 없다."

Y의원

"3차 소관업무가 국내파트?"

이종명 3차장

"정보수집과 관련된 파트."

Y의원

"국내, 대북 정보수집?"

이종명 3차장

"정보수집을 포괄적으로 이해해 달라."

Y의원

"선거라든지 정치상황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하지 않나?"

이종명 3차장

"절대 아니다. (선거나 정치상황은) 3차장실과 관계없는 소관(업무)다."

이날 이종명 3차장은 일관되게 "선거나 정치상황은 3차장실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6개월간 경찰·검찰에서 수사한 결과, 인터넷 댓글 공작(댓글 달기, 찬반 클릭활동 포함)의 상당부분이 "선거나 정치상황"과 관련된 것들로 드러났다. 검찰에서 작성한 '국정원 댓글작업 범죄열람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 범행이 실행되었다"(8쪽)고 명시했다. 국내정치 개입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이종명 전 3차장이 댓글 공작을 실행한 심리정보국을 지휘했다면 그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한 발언은 '거짓'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심리정보국을 실질적으로 지휘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 당시 국회 정보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당시 이종명 3차장이 상당히 억울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직적 플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전직 국정원 직원은 "2차장이나 3차장이 독자적으로 했다기보다 공동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형식적으로야 업무가 분리돼 있지만 국내파트인 2차장이 다 보고받기 때문에 전혀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댓글 공작은) 일개 국의 일이 아니라 국정원 전체의 일이었다"며 "다만 2차장실 산하 국익전략실과 국익정보국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기조('지침')를 잡은 뒤 그것을 심리정보국에서 실행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3차장 산하에 있는 조직을 2차장실에서 지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2차장실 지휘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차문희 차장이나 박원동 국장이 각각 공을 세우기 위해 (댓글 공작에) 개입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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