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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수표 요지경] 한국판 슈퍼노트… ‘급’이 달랐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06일 04:04

통상 수표 위조범은 진짜 수표를 복사기로 복사해 사용하는 ‘잡범’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발생한 100억원 위조수표 사건은 ‘급’이 달랐다. 범행에 사용된 수표는 조폐공사에서 인쇄된 진짜 수표 용지로 만들어졌다. 또 범행 하루 전에 발행된 진짜 100억원 수표와 같은 일련번호가 새겨졌다. 아무리 ‘날고 기는’ 위조범이라도 이 정도 ‘스케일’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다만 위조범 일당이 전직 경찰관과 현직 은행원, 그리고 위조에 대해서만큼은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범행의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제 남은 미스터리는 단 하나다.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진짜 수표의 일련번호를 훔쳤을까.

전직 경찰관 최영길(61·공개수배)씨는 지난달 12일 경기도 수원 국민은행 정자동 지점에서 100억원 수표를 제시한 뒤 모두 분산 이체했다. 최씨가 제시한 수표는 하루 전 대부업자 박모(45)씨가 실제 발행한 수표와 같은 ‘쌍둥이’였다.

은행이 수표를 검증하는 방법은 크게 3단계다. 먼저 수표감별기를 통해 위조인지를 확인한다. 감별기는 적외선과 자외선 등을 수표에 쏘아 나타나는 신호로 진품 여부를 가린다. 이어 숙련된 직원이 수표 용지가 진짜인지를 다시 한번 검증하고, 마지막으로 일련번호를 확인한다. 지폐에 사용되는 위조 방지 장치가 100가지라면 수표에는 그 절반인 50가지만 적용된다. 일련번호 검증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추가로 위조 방지 장치를 할 필요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씨가 제시한 수표는 감별기 등을 통해 ‘진짜’ 수표 용지로 드러났다. 어떻게 진짜 수표용지를 썼는지에 대한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씨 일당 중에 국민은행 한강로 지점 김모(42·구속) 차장이 포함돼 있었다. 김 차장은 일당에게 1억110만원 수표를 끊어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백지 수표를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백지 수표에 액면가 100억원과 일련번호를 새겨 넣은 것은 나경술(52·공개수배)씨 등 베테랑 ‘기술자’였다. 나씨 등은 지난해 8월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어음을 위조해 47억여원을 부당대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련번호다. 이들은 대부업자 박씨가 갖고 있던 ‘진짜’ 100억원 수표의 일련번호를 어떻게 훔쳤을까. ‘조각난 단서’는 있지만 결정적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경찰과 국민은행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초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를 찾아가 “회사를 인수하려면 잔고증명이 필요하니 100억원 예치증(잔액증명서)을 며칠만 쓰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씨는 잔액증명서를 4일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박씨에게 7200만원을 줬다. 박씨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의심이 들었던 박씨는 100억원의 잔액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곧 자금을 모두 수표로 인출했다. 그리고 이 수표나 잔액증명서를 최씨 등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그런데 이 수표가 그대로 위조된 것이다.

경찰은 박씨도 공범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고, 박씨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박씨의 100억원 지급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대신 자신들이 받은 수표 역시 ‘진짜’인 만큼 은행도 피해자라며 최씨 등을 상대로 수표 위변조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와 국민은행 모두 ‘진짜’ 수표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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