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사료비 부담 등으로 폐업하는 한우 농가가 늘고 있는 가운데 8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의 농가에서 한 축산농민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소먹이를 주고 있다. 문경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추석을 앞두고 한우값이 올랐지만 정작 내다 팔지 못해 대목은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료가격 등 생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8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의 한 한우 사육농가. ‘문경 약돌한우’ 브랜드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한우 150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범재(44) 씨는 추석을 앞두고 출하 시기에 이른 한우 12마리를 출하시키지 못해 한숨부터 내쉬었다. 축사 근처엔 수송 스트레스 방지용 사료 등 5∼6종류의 사료가 쌓여 있었다. 매달 사료비용만 1000만 원 이상이 들어 적자가 늘고 있다고 조 씨는 설명했다. 그는 “한우는 30개월 정도가 되면 상품성이 가장 높고, 이 시기가 지나면 지방이 늘어 가격이 폭락하는데 월령이 찬 한우의 출하 시기를 계속 놓치고 있어 큰 손해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올해 한우 사육두수가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한우 산지값은 올랐지만 출하 예약제 제한 및 사료가격 등 생산비 부담 증가에 따른 ‘이중고’로 인해 한우 축산농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육우 사육두수는 지난 2분기 기준 306만 마리로 전분기보다 9만8000마리(3.3%) 증가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출하 예약제 제한 등의 영향으로 추석을 앞두고 산지 한우값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한우 농가 수취가격(600㎏)은 520만5000원으로 483만5000원에 그친 전년 동기보다 약 7.7% 올랐다. 하지만 정작 축산농가는 가격이 올랐을 때 마음대로 소를 팔지 못해 손해가 늘고 있다.
이날 만난 축산농가 관계자들은 예전엔 출하를 하고 싶은 소는 원하는 대로 도축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최근부터 2∼3일씩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소의 스트레스 방지, 물량 급증으로 인한 가격 폭락 등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순번이 돌아와야만 한정된 물량을 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경시 축협의 경우 일주일에 5차(1차에 8마리) 정도의 물량만을 도축할 수 있도록 허용됐는데 이마저도 축산농가의 경쟁이 치열해 순번을 받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축산농가 관계자는 “ 농가에선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약 140만∼150만 원이 들어가지만 송아지값은 70∼80만 원 수준에 그쳐 폐업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경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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