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제갈수만 기자 =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거주하는 주부 배모(49·여)씨는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당황했다.
4인 가족인 배씨 집에 부과된 7월분 전기요금은 15만원대. 6월에 비해 사용량이 95㎾h가량 늘어났지만, 요금은 2배 가까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배씨는 "열대야가 심한 날에만 에어컨을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가동했을 뿐인데, 요금은 9만원이나 더 나왔다"며 "8월엔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시켜 20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처럼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탓에 냉방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서민이 늘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사용량에 따라 평소의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한국전력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주택 사용량은 약 3억6483만kWh로 집계됐다. 6월 사용량 약 3억5034만㎾h보다 4%(1449만㎾h) 가량 증가해 7월 전기요금은 약 446억원으로 6월 약 406억원에 비해 14.8% 더 많이 부과됐다.
사용량 증가율은 4%인 반면에 요금 증가율은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는 전력 사용량 증가도 원인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하급수적으로 요금이 불어나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현행 누진제에선 가정용 전기의 경우 100㎾h 미만은 57.9원, 101~200㎾h는 122.6원, 201~300㎾h는 183원이 적용되고 있다. 301~400㎾h부터는 값이 크게 올라 ㎾h당 273.2원, 401~500㎾h는 406.7원, 500㎾h 초과 690.8원에 달한다. 사용구간에 따라 ㎾h당 최대 11배 이상 비싸게 책정되는 것이다.
또 다른 주부 김모(53)씨는 "공업용 전기는 원가에 공급하면서 서민들의 전기세만 누진세를 적용해 받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정부에서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 서민 등골만 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전 부산본부 관계자는 "7월보다 8월 들어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린 만큼, 이달 말 부과되는 8월분 전기요금의 증가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g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