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ㅣ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제주는 작은 섬이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데다 오랜 전통까지 있어 올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앞으로 제주가 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장샤오강, 탕즈강 등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펑정제(44·사진)의 제주 사랑이 각별하다.
2년 전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좌석 앞 모니터의 항공 루트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제주도를 알게 됐다는 그는 오는 19일부터 12월17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기획초대전 ‘펑정제의 유우색(游于色·색에 놀다)-색으로 그린 팩션미학의 백미’전을 연다.
펑정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색채의 마술사다. 특히 그의 강렬한 붉은색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겨 ‘펑정제 핑크’로 불릴 정도다.
그는 “녹색과 붉은색은 보색 관계라 함께 사용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두 색채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이 오늘날 중국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fact)과 이상(fiction)의 경계(faction)를 표현하는 데에는 제격”이라며 보색 대비를 통한 색채 실험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세계적 작가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2007년 전후의 대표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4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민간의 연화(年畵·새해에 벽사용으로 붙이는 민화의 일종)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색으로 삶의 환희를 그리는 놀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주에서 색채놀이의 어떤 경지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한편 펑정제는 민병훈 감독과 함께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영화도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