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2일 레티나 '아이패드 미니'가 미국, 일본을 비롯한 아이패드 1차 출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되던 날 출장 때문에 미국에 있었는데, 아이패드 미니의 판매 소식을 “한국에 돌아올 때 가능하면 한 대 사 달라”는 전화와 메시지들이 빗발쳐 알게 됐다. 그만큼 한국에서 관심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아이패드 미니는 온라인으로 구매와 결제를 한 뒤 미리 정한 애플스토어에서 직접 제품을 받는 방식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구매하려는 이들이 몰려서 그런지 14일에는 애플스토어의 전산망이 하루종일 다운되는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미리 주문하고 시간 맞춰 매장에 방문해야 하는 구매 방식 탓에 현장에서 제품을 사진 못했지만, 전시된 제품은 만져볼 수 있었다. 상세한 리뷰는 출시 뒤로 미루고 잠깐 만져본 소감을 정리해본다.
해상도보다 색 표현력 반가워
당연한 얘기지만, 레티나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이 부쩍 좋아졌다. 그런데 인상이 강하게 남은 건 해상도보다 색이다. 해상도가 높아진 것도 눈에 띄긴 하지만 아이패드2에서 3세대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바뀌었을 때만큼 강렬하진 않다. 아이패드 자체가 아이폰처럼 작은 글자를 눈 가까이에 들여다보는 구조가 아니어서 기존 화면으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색은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이전 제품의 디스플레이가 약간 물빠진 듯한 색을 냈던 것에 비해 새 아이패드 미니는 현재 아이폰이나 9.7인치 아이패드처럼 색 표현력이 좋아졌다. 반가운 일이다.
무게는 엇비슷, 구분할 수 있는 건 색깔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쓴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는 와이파이 기준으로 331g이다. 이전 제품의 308g보다 24g 무거워진 것인데, 두 모델을 양손에 들어보면 무게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무게 때문에 고민이라면 ‘거의 같다’고 판단해도 될 듯하다. 상대적으로 아이패드 에어의 469g이 더 충격적이긴 하다.
산화 알루미늄을 씌운 '아이폰5S'나 신형 아이패드들은 ‘컬러’ 대신 ‘피니시(finish)’라는 단어로 색을 표현한다. 레티나 아이패드 미니는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피니시 두 모델이 나온다. 아이폰5S와 같다. 골드는 없다. 실버는 이전 세대 제품과 똑같고 스페이스 그레이는 아이패드 미니의 블랙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A7 프로세서로 빨라진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5S에 들어간 A7 프로세서가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에 모두 적용됐다. 올해는 두 기기의 차이에서 ‘성능’이라는 이슈는 사라졌고 크기만 다를 뿐이다. 사실 아이패드 에어의 경우 이전 4세대 아이패드가 충분히 빨랐기 때문에 큰 격차를 느끼기 어려운데, 아이패드 미니는 이전 제품에 비해 확실히 빨라졌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늘 손에 쥐고 '이 정도 속도'라고 느끼던 기기가 확 빨라진 느낌은 꽤 상쾌하다.
에어와 미니, 소비자 고민은 줄어
아이러니하게도 큰 스마트폰과 작은 태블릿을 원하는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아이패드 미니에 관심이 더 쏠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무게를 확 줄인 아이패드 에어의 상품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고민거리가 하나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4세대 아이패드의 성능·해상도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무게를 두고 고민하면서 뭔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찜찜함이 있었는데, 올해는 화면 크기 한 가지만 고르면 된다. 어찌됐건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최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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