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작년 4분기 매출 사상 최대… 삼성, 판매량·점유율 첫 동시 하락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면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경쟁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과제로 떠오른 문제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76억달러(약 62조2771억원), 순이익 131억달러(14조1637억원)를 기록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매출은 사상 최대다. 4분기 시작 직전인 작년 9월 출시한 아이폰5S와 아이폰5C, 아이패드 등 신제품 네 종류의 판매 호조 덕분이었다.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은 5100만대로 3분기(3380만대)보다 50% 넘게 늘었다. 아이패드도 2600만대가 팔렸다. 두 제품 모두 사상 최대 분기 판매량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의 작년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은 17.6%로 3분기(13.4%)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그 직격탄을 맞은 곳이 삼성전자다. 애플 신제품에 밀려 갤럭시S4 등의 주력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前) 분기보다 18%나 급감했다. 판매량은 3분기 8840만대에서 8600만대로 줄었고, 점유율은 35%에서 29.6%로 떨어졌다. 갤럭시S1이 나온 2010년 이후 스마트폰 판매량·점유율이 함께 하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4분기 애플에 밀려 점유율이 주춤해도 판매량은 꾸준히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의 성장률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자 애플의 신제품 충격파가 고스란히 삼성전자에 전달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작년 4분기 레노버·LG전자는 판매량이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며 독주하면 다른 제조사들은 고개를 숙이는 양상인 것이다. 스마트폰 상위 5개사 중에서 애플을 제외하면 중국 화웨이만 점유율이 5%에서 5.7%로 약간 올랐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경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올해 대(大)화면 스마트폰을 새로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대화면 제품까지 내면 갤럭시노트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도 올해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 LG전자의 ‘G프로2’, 화웨이의 ‘어센드메이트2’ 등 주요 제조사들의 전략 스마트폰이 1분기 이후 출시되면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혼전(混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애플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 떨어졌다.
[채민기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