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빌라와 오피스텔을 수백 채 소유하던 '강서구 빌라왕' 정모 씨가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서구에서 주택으로만 240여 채를 굴리던 임대인이었기에 시민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누리꾼들은 연이은 빌라왕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배후가 있다고 의심했고 경찰 수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사망한 정 씨는 일명 '바지 사장'일뿐이었고 그의 뒤에는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 신모 씨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강민호 부장판사)은 신 씨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신 씨가 2017년에서 2020년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타인의 명의로 임차인을 모집한 뒤 80억 원가량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또한 신 씨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자신의 부동산 업체에 명의를 빌려준 ‘빌라왕’을 정모 씨뿐만 아니라 여러 명을 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80억 벌고 징역 8년' 누리꾼들 "처벌이 너무 가볍다"
사진=픽사베이
재판부는 신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며 "피고인은 분양대행업자와 중개업자 등과 함께 이를 계획하고 공모했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20, 30대로서 사회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악용했다고 보았다. 임대차 보증금은 당연히 반환된다고 생각한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하여 피고인들 자신의 이익을 취하였으므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 판사는 "37명의 피해자 중 31명이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였고, 이 가운데 16명은 보증보험으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했다"며 막대한 손해를 입혔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신 씨는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탓으로 돌렸다. 또한 자신은 사기 범행의 주범은 아니라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항변했지만, 리베이트 등의 명목으로 자신의 이익을 부당하게 챙긴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어렵게 보증금을 마련한 피해자들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했으면서 정부 정책을 탓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공범으로 지목된 또 다른 빌라왕 김 씨와 같이 무자본 갭투자자를 소개하는 사람이 중간에 없었다면 애초에 범행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피고인의 비중이 절대로 작지 않다"며 엄한 처벌을 판시했다. 신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또 다른 빌라왕인 김 씨는 지난 1월에 기소되어 별도로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수많은 피해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한 부동산 업자 신 씨에게 징역 8년 형이 선고되자 누리꾼들은 "80억에 8년이면 꿀직장", "이러니 대한민국이 사기 천국이지" 등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