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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세월. '진리'를 탐구하던 어린시절/리주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02일 09:34
(흑룡강신문=하얼빈) 아마도 소학교 3학년때의 일일것이다. 그해 겨울의 어느날 우리또래 몇은 누군가네집에서 잡담을 하며 놀았는데 어느애가 "기차가 그 반들반들한 철길우에서 떨어지지 않고 달리는것이 참 묘하다."고 하였다. 모두들 정말 신기하다고 동감을 표했다. 건데 "머리카락이 보기와는 달리 단단해서 렬차가 지나가면 차길에 흔적이 남는다"고 말한 김씨성을 가진 애의 말은 아무리해도 믿을수 없었다. 나중에 김씨애와 박씨성을 가진 애가 입씨름이 붙었는데 김씨애는 "내가 거짓말을 하면 목을 따라"고 피대를 세웠고 박씨성을 가진 애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는지 구석에 있는 집게를 보더니 "정말 그렇다면 내 저 집게로 손톱을 뽑겠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입씨름으로 판가리가 날 일이 아니였다. 우리는 직접 실험해보기로 하고 역전으로 떠났다. 겨울옷이 변변치도 않은 시골애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십여리 상거한 역전으로 갔다.

  역전사업일군들이 우리를 플래트홈으로 못들어가게 하였다. 하는수 없이 역전우로 한창 거슬러 올라가서 남의 집의 바자굽을 뛰여넘어 철길에 닿았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렬차나 화물차가 그렇게 자주 다니지 않았다. 우리는 얼마나 기다렸는지 멀리 산굽이에서 기차가 오는것이 보이자 환성을 지르며 서둘러 머리카락을 뽑아 철길우에 침을 뱉어 붙여놓고 그옆에 나무고챙이로 표기를 하여놓았다.

  드디여 렬차가 지나갔다. 건데 표기를 하여놓은 나무꼬챙이가 차바람에 날려가버려서 머리카락을 붙여놓은 정확한 곳을 찾을 길 없었다. 그래도 그 근방을 저마다 눈에 정기를 주어 여겨보았는데 약간의 곰보자국같은 흔적은 보이였지만 머리카락이 눌리여 난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두어자 밖에 머리카락비슷한 약간 패인듯한 실오리같은 자리가 보이였는데 김씨애는 "봐!"하며 시뚝해하였다. 우리 몇이 "거긴 머리카락을 붙여놓았던 자리가 아니야"하고 시정해주었지만 그애는 그럴듯한 근거를 들이댔다. 즉 머리카락은 차바퀴에 달라붙어 한고패돌 때 찍히다나니 두어자밖에 자리가 났다는것이다. 모두들 어리둥절해졌다. 얼핏 생각하여보니 그럴듯도싶었다. 그래서 다시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건데 기약없는 기차가 문제였다. 얼음덩이같이 차가워 보이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찬기운이 몸을 파고들기 시작한지도 으슥한데 기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차길에 귀를 대고 들으면 아무리 먼데서라도 오는 기차의 동정을 알수 있다고 하여 저마다 엎드려 차가운 레루에 귀을 대였다. 허나 덜커덩거리는 기차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반시간쯤을 더 기다리다가 돌아오려고 할 때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려와서 우리는 금시 흥분에 추위를 까맣게 잊고 다시 머리카락을 뽑아서 침으로 철길우에 붙여놓았다. 박씨성을 가진 애가 "그럼 안돼. 먼저 철길에 머리카락비슷한 흔적이 없는 곳을 골라서 붙여놓아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래서 모두들 좀 우로 올라가서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 철길에 머리카락을 붙여놓고 표기를 단단히 해두었었다.

  높뛰는 심장의 박동과 함께 화물차가 쿵당거리며 지나갔다. 철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엇이 남을리 만무했다.

  '목을 따고 손톱을 뽑'으면서까지 '진리'여부를 검증하고 탐구하던 어린시절이 벌써 40년전으로 멀어졌다. 이젠 모든것을 그저그렇거니 하고 넘기며 살아가는 무딘 50대에 들어섰다. /리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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