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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도 일하다 죽는 나라! 제발 배우자!

[기타] | 발행시간: 2013.02.15일 06:21
[프레시안 books] 차남호의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노동에 관한 책이 좀 더 많이 읽히고 시민들이 노동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탓에, 제목이나 주제가 노동인 책이면 의무적으로 무조건 사서 읽는 습관 때문에, "어려울 것 없겠지"라며 서평을 덜컥 쓰겠다고 해놓고는 상당히 후회를 했다. 서평이 칼럼이나 논문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쓰는 과정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지음, 홍윤표 그림, 이수정 감수, 철수와영희 펴냄)의 내용에 동의하고, 책의 갈피 갈피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탓에 무엇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선 '사서 보시라!'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제목에 노동이 들어가면 일단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하는 사람의 70퍼센트가 노동자인데 정작 노동자는 노동에 관한 책에 관심이 없다는 말도 있다. 거기다 최근 더 심각해진 출판계의 불황 때문에 노동 관련 서적의 타격은 매우 크다. 프랑스에서는 연말연시 선물 1위가 책이라고 한다. 1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살다 온 친구 부부가 가장 신기했던 경험으로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연말연시 선물 1위는 뭘까, 아마도 상품권이나 건강 식품?

이 책은 노동자는 물론 임금 노동의 출현과 같은 노동의 역사에서부터 노동 기본권과 청소년 노동자가 알아야할 노동법 상식까지 망라하고 있다. 노동 교과서를 쓰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에 맞게 내용도 충실하고 교재로 활용할 만하다. 특히 제 3부 '청소년 노동, 우리의 권리'에는 근로계약,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의 용어 설명과 더불어 청소년 노동자가 자주 겪는 문제들, 예를 들어 임금체불, 변상요구, 산재보상, 폭행과 성희롱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부록으로 '청소년 노동 관련 서식'도 있다. 그림, 질문, 예시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327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라도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지음, 홍윤표 그림, 이수정 감수, 철수와영희 펴냄). ⓒ철수와영희

다만 이 책을 10대가 혼자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나만 그런 착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10대와 통하는"이라는 제목 때문에 좀 더 쉬운 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가 꽤 많이 나오고 사회사에 대한 종합적 상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10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교재로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21쪽의 서술, "사람의 노동은 이렇듯 원재료를 변형해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 뿐 아니라 미리 생각해 둔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 본(구상) 뒤 손과 도구를 써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실행)거죠. 인간의 노동이 동물의 노동보다 뛰어난 것은 '구상과 실행의 통일'이라는 목적의식적 활동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게다가 구상과 실행이라니. 충분한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다.

자본주의 발생사 혹은 노동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1부 3절 이하의 내용도 꽤 어렵다. 신자유주의, 보이지 않는 손, 자유 시장 경제, 노동착취, 유효수요론, 주주가치, 스톡옵션, 노동 유연화 등의 내용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10대에게는 더 많은 사례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방대한 내용의 사회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이라 아예 별도의 책으로 떼어내 '10대를 위한 노동 사회사'를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면 내가 10대가 혼자 읽을 수 있는 노동 책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눈치 챘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 "청소년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10대와 통하는"이라는 제목에 눈이 간 것도 이 때문이며 이 책 덕분에 청소년과 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제안해본다면 저자가 향후 '10대에게 노동을 물어봐'라는 제목이나 주제의 책을 별도로 기획하면 어떨까 싶다. 얼마 전 노동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청년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언론에 묘사된 노동자를 보면 '루저'라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놀랐지만 시간도 없어 더 이상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다만 노동에 대한 바로 그런 부정적 생각이나 이미지에서부터 시작하여 10대와 노동 세계 간의 긍정적 교감을 이루면 어떨까 한다.

혹은 최저임금과 같은 한두 가지의 소주제나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10대와 노동의 세계를 함께 고민하는 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하면서 가장 궁금한 것 10가지를 '10대의 노동 고민 10가지 해법'으로 기획하여 실제 어떤 일이 있고 왜 문제이며 여기서 청소년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하듯 나눠 볼 수 있는 책은 어떨까 싶어서 말이다.

다음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청소년기에 알아야할 노동 인권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어야 할까?'가 더 궁금해졌다. 많이 알려준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알아야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노동과 다른 사람의 노동 모두를 존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당당하게 노동을 받아들일까? 이 책을 덮을 때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찾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답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분명히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약 이 책에 소개된 내용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한두 가지만을 뽑기 어렵다면, 장이나 절 별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학교 특히 고등학교나 대학교마다 노동 관련 기본 교과목이 있어 이와 같은 책을 강의하고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이 책을 비치해둔 노동 상담 센터라도 만들었으면 싶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는 취업 알선 기구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을 보호할 상담 센터는 없다. 기업에 보내 일을 시키면서 일을 하는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는 방기하는 셈이다. 학생을 기업에 보낼 때 청소년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고교 실습생이 일하다 사망하고, 대학 재학생이 아르바이트 하다 산재를 당하는데 학교는 관심이 없다. 지난 2월 7일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도 있지 않은가. 도대체 이 학생들은 어디서 노동 인권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부당한 대우를 호소한다는 말인가. 책을 덮으며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어려운 서평은 다 썼다. 이것이 서평인지 아니면 '청소년과 노동'에 대한 고민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10대에게 읽어주고 싶은 노동 책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서문이 무척 와 닿았고 그 마음이 저자의 다른 책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이런 방대한 내용의 책을 쓴 분이라 이후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졸업한 후 노동자로 첫발을 내딛는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든 100인 미만의 작은 기업이든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려는 목적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노동을 모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아는 분이겠다 싶어 감히 부탁을 드린다. 심각한 양극화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을 넘어서는 것은 지금 청년 세대의 몫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알고 시작할 수 있도록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부끄러운(?)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각자가 서있는 그곳에서 권리가 춤추는 미래 사회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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