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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에서 전시, 창고에서 파티, 공장에서 식사… 폐허의 재발견

[기타] | 발행시간: 2013.04.12일 03:05

(사진 위)본⃝서울 문래동‘정다방 프로젝트’. 철공소 직원들에게 커피를 팔던 30년 된 다방을 문화공간으로 쓴다. (사진 아래)‘카페 정다방 프로젝트’실내 한가운데 있는 컨베이어 벨트 기계. /김지호 객원기자

[낡고 허름한 공간이 뜬다]

오래됐다?… 더 쿨하고 세련, 남다른 안목 과시하려 찾기도

깔끔한 새것에 피로해진 時代… 옛것에 대한 긍정으로 선회

창고에서 파티하고 공장에서 밥 먹는 게 유행이다. 쓰러져 가는 다방 건물 지하에서 전시회를 하고, 충주 정미소에서 가져왔다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커피를 마신다. 철근 자재를 마구 쌓아 놓은 철공소 같은 식당일수록 사람이 몰리고, 폐선(廢船) 자재를 뜯어 내부를 꾸민 옷 가게일수록 '핫(hot·새롭게 인기를 끈다는 뜻)'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대체 왜 이럴까?

◇"낡은 것도 다시 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엔 쓰러질 듯 오래된 창고 건물이 있다. 1970년대 초까진 정미소, 이후로 30년 넘게 창고로 활용됐다. 이 건물이 갑자기 패션 업계의 '성지(聖地)'로 떠오른 건 2년 전쯤부터다. 2011년 가수 이승기가 이곳에서 신보 발표를 했고, '캐나다 구스' '코오롱스포츠' '예거마이스터' 'H&M' 'BMW' 등이 제품 발표회와 파티를 모두 여기서 열었다. 창고 관계자는 "아예 창고를 행사 임대용 공간으로 바꿨다. 우리 건물의 허름한 외관을 똑같이 베끼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고민이다"라고 했다.

작년 11월 문을 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슬모아 당구장'은 대림미술관이 운영하는 대안공간 갤러리다. 오래된 당구장 건물과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다. 외관만 봐선 갤러리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실내 구석엔 당구대도 남아있다. 갤러리 측은 "오랜 시간이 축적된 건물을 훼손하기 싫어 그대로 쓴다"고 했다.

김주연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낡고 퇴화한 공간일수록 독특한 시간의 흔적이 남고, 그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기억이 남기 마련이다. 문화 엘리트들은 폐허에서도 바로 이런 시간성과 역사성을 읽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프로덕트 디자인학과 교수도 "이런 공간을 즐겨 찾는다는 것 자체가 남들보다 안목이 높음을 과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진정한 안목과 취향을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폐허 속에서 나온 셈이다."

◇도시의 재발견, 서울의 재발견

폐허에서 새로움을 찾는 건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유행이다. 영국과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태호씨는 "폐허 디자인의 원조를 따진다면 아무래도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일 것"이라고 했다. 공장 지대를 개조해 예술 단지로 바꾼 중국 베이징 다샨쯔(大山子) '798 예술구', 일본군이 점령했던 공장을 개조해 만든 상하이의 '워터하우스 부티크 호텔'도 역시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2~3년 전부터 낡은 건물과 오래된 공간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게 됐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던 30년 된 다방을 그대로 활용한 갤러리·카페 '정다방 프로젝트', 문래동에서 시작해 최근 을지로 인쇄공장에 자리를 잡은 고깃집 '철든놈'이 대표적이다.

김주연 교수는 "이건 어쩌면 서울의 재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남의 나라 것을 베끼거나 우리 것을 부끄러워하기 바빴지만, 이젠 아니다. 어쩌면 우린 폐허 디자인을 통해 우리만의 특수성, 서울만의 공간과 시간을 긍정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조선닷컴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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