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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兵風에 무너지고… 유승준 파동에 국민들 등돌려

[기타] | 발행시간: 2013.05.28일 06:05
인사청문회 낙마 단골메뉴로

연예·체육계도 비리 몸살

우리나라에는 권력의 절정을 앞두고 병역 문제에 발목이 잡혀 고꾸라지거나, 그럴 뻔한 사회지도층 인사가 유난히 많다. 병역 논란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증 ‘3종 세트’로 꼽힐 정도다.

지난 1월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도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발단이었다. 공교롭게도 김 전 후보자의 장남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아들 정연씨와 같은 군병원에서 신체검사를 한 뒤 군 면제를 받았다. 사유도 ‘체중미달’로 똑같았다. 결국 김 전 후보자도 병역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쯤되면 한국에서 정치를 하거나 고위공직에 오르려면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날 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인을 자처하는 연예계, 체육계 인사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바람에 군대 가는 것이 되레 ‘뉴스’가 되고 있다.

◆정치에서 연예·체육계로 번진 병역비리

병역 기피의 유구한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5월30일. 혁명내각은 병역 의무를 기피한 공무원 3000명을 적발, 전원 해면(解免) 조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당시 군대는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입소자로 넘쳐났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특권층 자제는 열외였다. 뒷돈을 찔러주고 병역을 면제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최대한 입영을 연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27일 “과거에는 군대 가면 복무기간 36개월을 포함해 4년 가까이 잃어버린 시간이 됐다”며 “반면 군 면제자는 이 기간 석사, 박사 학위를 따고 또래보다 훨씬 먼저 사회에 진출해 출세가도를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달리 가진 자들이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고 사회도 무관심하거나 관대한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들어 연예인도 병역비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이들에게 군 입대는 연예계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것과 같았다. TV에서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던 연예인이 허리나 무릎이 아파 병역을 면제받거나 방위로 빠지면서 민심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찾아온 이듬해인 1998년 박노항 원사, 원용수 준위의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고 1999년에는 은행장을 비롯한 사회고위층 인사 207명이 군검경 합동수사부에 걸리는 등 병역비리는 더욱 대담해졌고 수법도 교활해졌다.

병역 잔혹사의 정점은 2002년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각축을 벌이던 상황에서 김대업씨가 등장해 “국가기관이 이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무혐의라고 발표했지만, 민심은 이미 돌아선 후였다.

이때부터 사회 고위층과 그 아들의 병역이 인사검증의 중요한 잣대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유승준 파동도 터졌다. 유씨는 가수 활동 중 “군에 가겠다”고 누차 약속했다가 돌연 미국 시민권을 택하는 이중 플레이를 벌였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금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체육계에는 2004년 프로야구 8개 구단 소속 선수 51명이 경찰의 병역비리 수사에 걸려들었고, 전원 집단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SK-롯데전이 열리던 와중에 선수 3명이 전격 연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흠 잡히지 않으려 복무는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 지도층이나 일반인이 과거처럼 병역을 기피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청년층이 두텁다 보니 신체검사를 받고도 징집영장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이제는 면제 판정을 받지 않은 이상 예외 없이 복무를 해야 한다. 전산 시스템으로 병력을 관리하면서 부실처리 가능성도 사라졌다.

또 공직 검증이 강화되면서 아버지가 출세를 위해 아들에게 병역을 꼭 마치도록 하는 경우가 늘었다. 본보 분석결과에서도 부자가 모두 군 면제를 받는 사례는 드물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군에서는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뿌리내릴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는 한탄이 여전하다.

경남대 이재영 교수(정치외교학)는 “우리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위치에 있는 파워엘리트는 자식의 군 복무가 결국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군 면제자도 대체복무를 이행토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기획취재팀 special@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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