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토크 예능 ‘해피투게더’가 10주년을 넘겼다. 방송 콘텐츠 중 가장 유행이 빨리 변한다는 예능물이 10년을 넘겼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해피투게더’ 시즌1은 쟁반노래방, 시즌2 친구찾기, 시즌3에서는 실제 목욕탕 공간에서 이뤄지는 토크 형태로 변화를 줘왔다. 하지만 편안하고 소박하며 서민적이고 친근하다는 바탕 정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해피투게더 시즌3’는 오랫동안 녹화공간으로 사용해온 서울 신길동에 소재한 동네 목욕탕의 좁은 공간을 떠나 스튜디오에 목욕탕 세트를 꾸민 후 잘나가는 4명의 개그맨 G4(김원효 정범균 최효종 허경환)를 투입했다. 어수선하고 수다수러워졌지만 분위기는 살아났고, 초대받는 출연자에 따라 시청률의 등락폭이 커지는 스타 의존도도 줄어들었다.
사실 시골장터와 같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는 의도된 것이었다. G4는 예능감이 별로 없는 게스트가 나와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재미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등 기존 MC들의 존재감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G4는 ‘개그콘서트’에서의 콩트와 캐릭터를 살려 때로는 토크로, 때로는 상황극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허경환은 ‘아니 아니 아니되오’, 부모님도 ‘네덜란드 할머니’를 닮았다고 인정했다는 김원효는 ‘안돼’라는 유행어로 각각 밀 수 있고, 정범균은 유재석과 닮은꼴 개그맨으로서 활용 가치를 지니고 있다.
G4를 이끌고 있는 김준호는 늘 후배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 재미를 준다. 선배로서 권위는 쏙 빠져 있어 더욱 친근해진다.
‘해피투게더’는 10주년을 맞아 역대 MC들이 한자리에 모여 방송을 추억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지금은 최고의 진행으로 국민 MC라는 칭호를 얻은 유재석은 쟁반노래방에 처음 MC로 출연해 다소 허둥대고 긴장한듯이 진행을 하던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김병만 특집도 녹화했다. ‘달인’ 김병만이 개그맨들과 17대1로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다. 반응이 좋으면 ‘해투3’의 한 코너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해피투게더’가 여전히 장수하며, 계속 변화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것은 5년 넘게 연출한 김광수 PD와 8년 넘게 메인 MC로 진행해온 유재석의 콤비 플레이가 좋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호흡과 신뢰 관계는 절대적이다. 유재석이 72년생, 박명수가 70년생, 김광수 PD는 71년생이다. 김 PD는 한 살 밑인 유재석과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김광수 PD는 “그동안 유재석 씨가 너무나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공을 돌렸다. 두 사람은 목욕탕 토크가 오래 계속되며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자 변화와 실험 등 개편에 대해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광수 PD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는 주되 시청자에게 친숙하고 푸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