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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무능남” 아들은 “창피해”… 火病 호소하는 아버지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2.28일 08:08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2부>당신을 죽이고 살리는 말

늘어나는 중년남성 ‘막말 화병’




“낮에 못 벌어다주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것’도 안 돼?…저리 가, 나가!”

어젯밤에도 침실에서 쫓겨났다. 뭐가 문젠지 몇 달 전부터는 그나마 되던 밤일도 제대로 안 된다. ‘남자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그걸 원한다’는 옛말은 전부 거짓임이 틀림없다. 마누라에게는 마주칠 때마다 “무능남” “밥버러지”라고 욕먹기 일쑤다. 마누라가 차린 아침상은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서럽다….


○ 가시 돋친 한마디…“꺼져라”

서울에서 아파트 경비를 하는 이모 씨(55)는 취재진에게 자신을 ‘고개 숙인 남자’라고 소개했다. 자기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벌기 힘들고 발기부전으로 부부생활도 힘든 불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는 한때 경북 지역에서 잘나가던 섬유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경기 침체와 함께 공장을 접고 자녀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 왔다. 숯불갈비 음식점을 차렸지만 결국 남은 건 10억 원이 넘는 빚과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딱지뿐이었다. 두 아들의 대학 공부는 학자금 대출로 겨우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런 이 씨에게 얼마 전부터 영문 모를 흉통과 안면홍조증이 찾아왔다. 가슴이 턱턱 막히면서 답답할 때도 많다. 가끔씩 억울한 감정에 소리를 꽥 지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겨울 작은아들과 크게 다투고 난 이후 심해졌다고 했다. 이 씨는 “아들놈이 ‘아빠라는 존재 자체가 부끄럽다’면서 ‘이젠 제발 꺼져라’라고 말하더라”며 “세상 부끄러운 일이라서 말도 못하고 참다가 이젠 죽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병원에서도 가슴 통증의 원인을 모르더라”는 말과 함께.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막말, 가시 돋친 말이 불러오는 폐해를 ‘화병(火病)’으로 풀이한다. 화병이란 마음속의 분노, 울분을 억지로 억제해서 생기는 통증, 피로, 불면증 등 다양한 병증을 통칭한다. 타인의 막말로 인한 스트레스가 뜨거운 화의 형태로 가슴과 머리 부분에 누적되고,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서 각종 합병증이 생긴다는 것. 1995년 미국정신학회가 화병을 한국식 발음 그대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할 만큼 우리나라에 흔하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이 씨 역시 막말로 인한 전형적인 화병 환자”라고 진단했다.


○ 화병 이젠 중년 남성들의 병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막말로 인한 화병에 취약한 이유로 사회·문화적 요인을 지목한다. 이재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유교문화는 솔직한 감정 표현을 미성숙한 것으로 치부했다”며 “스트레스는 감정 표출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데 참는 걸 미덕으로 여기다 보니 화병 환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화병이 중년 여성의 병이었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남편이 늘 갑(甲)의 위치에서 아내에게 ‘여편네’ ‘우라질 년’ 식의 막말, 욕지거리를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의 솔직한 감정 표현은 금기시되어 수십 년간 막말을 참기만 하다가 화병 증세를 호소하는 중년의 아내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년 남성들 중에서도 화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화병클리닉 치료 환자 중 40세 이상 남성의 수는 2011년 54명에서 불과 1년 만에 139명으로 2.6배로 늘었다.

이처럼 화병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이 늘어난 데는 남편들의 경제력 악화와 더불어 개방적인 성의식 확산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기능이 퇴보하는 남성 갱년기를 맞은 남편을 향해 아내가 비난, 가시 돋친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화병에 강하지만 유독 성적 수치심에는 취약하다”면서 “화병 상담 받으러 오는 남성 환자 중 상당수가 아내의 성적 조롱이 병의 원인이라고 답할 정도다”고 말했다.


○ 3초만 생각하고 대꾸하라

화병을 부를 만한 ‘나쁜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만 삭이는 건 금물이다. 꾹 참게 되면 나중에 ‘그때 왜 반박하지 못했을까’ 혼자 자책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화병이 급속도로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바로 나쁜 말로 받아치는 것도 문제. 스트레스가 더 쌓이면서 분노 지수가 상승해 말 그대로 화가 화를 부를지 모른다.

적절한 대처 방법은 없을까.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화병을 유발하는 말이라고 생각되면 3초만 생각한 뒤 대꾸하라”고 조언했다. 또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되도록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상대에게 말을 던지는 게 좋다”고 했다.

일단 막말로 인해 화병이 생긴 뒤에는 명상이 특효약으로 꼽힌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5분씩 명상만 해도 몸속 스트레스는 25% 정도 줄어든다. 명상이 체내에서 쾌락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고, 수면보다 강력한 휴식 효과까지 유발해 막말로 인해 피폐한 정신건강을 달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화병은 잘못된 언어 습관이 그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부부 사이엔 서로 말을 끊거나 무시하는 식으로 언어습관이 지속되면 화병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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