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한 뒤 해당 상공에서 양국 전투기가 '근접 비행'하면서 대치하는 사건이 10여 차례나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군사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1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중국 공군 투(圖·TU)-154 정보수집기 2대를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2대가 추격하면서 근접 비행한 사건의 비디오와 사진을 이례적으로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12일 공개했다. 당시 F-15 전투기는 무기를 탑재한 채 투-154 정보수집기에 30m 거리까지 다가가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겅옌성(耿雁生)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이 사건을 왜곡하고 있어 비디오 등을 공개한 것"이라며 "일본의 태도는 악인이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격"이라고 공격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문제의 근접 비행이 있었던 직후 일본 정찰기 2대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내에서 비행을 시작해 중국 측 젠(殲)-11 전투기 2대가 긴급 발진했다. 그러나 중국 전투기는 150m 거리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기에 근접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스가 장관은 중국 항공기의 위험 행동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뤄지는 긴급발진(스크램블)은 "법률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공개한 자위대 전투기 영상도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료 삭제를 요구했다.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양국이 이미 '투쟁 모델'에 접어들었다"면서 "양국 긴장 관계가 갑자기 고조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쥔서(張軍社)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 부연구원은 "중국의 지대공미사일 부대는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한다"며 "상대가 영공을 침범하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중국해 상공에 대한 순찰 비행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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