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예능이 속시원한 풍자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14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끝까지 간다'에서는 멤버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며 상금을 쟁취하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멤버들은 제작진이 '갑', 자신들이 '을'로 표기된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갑'이 건 상금을 위해 서울 곳곳을 누볐다. 계약서 뒷장에 어이없는 규칙이 써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 챈 멤버들에게 남은 것은 빚 뿐이었고, 최종 승자는 '갑'에게 돌아갔다. '을'은 열심히 노력하고 두 발로 뛸수록 손해만 커졌고, 모든 상황을 통제한 '갑'은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멤버간 치열한 공방전은 흥미진진했지만 시청자들은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는 갑-을 구조로 찌든 이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겼기 때문이다.
tvN 'SNL 코리아' 시즌6도 웃음과 함께 통렬한 풍자를 날렸다. 14일 첫 방송된 'SNL 코리아' 시즌6(이하 SNL)는 '풍자 백화점'과 같았다. 이날 방송은 MBC 수목극 '킬미힐미' 패러디로 포문을 열었다. 정성호는 다중인격 장애로 고통을 받는 차도현 역을 맡았다.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성호는 이날 차인표·박태환·김원효를 넘나들며 재미를 안겼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까지 패러디하며 사회적 풍자를 담았다. '국제시장' 패러디에서는 유세윤이 활약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형식으로 진행된 이 코너에서 고원희는 '가슴 큰' 여자로서 유세윤 앞에 나타났다. 유세윤은 실제 아내를 잊고 고원희에게 관심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 안영미가 나타나자 욕을 하며 웃는 유세윤의 모습은 'SNL'에서만 볼 수 있는 유머 코드였다.
MBC '압구정 백야' 패러디는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 였다. 이 코너에서는 조나단이 죽은 후 앓아 누운 백야를 걱정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때 안영미는 "'오로라 공주님'의 오로라"라고 소개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로라의 예언대로 이세영은 '웃다가' 죽었고, 정명옥은 '복장이 터져' 사망했다. 신동엽은 부끄러움에 죽음을 맞았다. 최근 '막장 드라마' 논란을 겪고 있는 한 드라마와 그 작가를 향한 통쾌한 한방이었다.
'SNL'은 '작정한듯' 신랄한 풍자가 이어갔다. 김준현과 리아가 MC로 나선 '글로벌 위켄드 와이' 코너에서는 대한민국의 사건·사고를 외신 뉴스에서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논란들에 대해 '제 3자의 시선'을 도입한 신선한 기법이었다. 한국의 높은 대학 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깜짝 등장한 타이거 JK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일침을 가해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은 또한 '명문대 교수 성추행 사건'과 '어린이집 폭행 사건'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뭉친 응어리를 풀어줬다.
'무한도전'과 'SNL'은 각자의 풍자 화법으로 뉴스에서는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을 조명했다.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부끄러운 풍토를 꼬집으며 월~금요일까지 일상을 치러내며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에 휴식을 안겼다.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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