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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나도 갈테니 … 여보, 외로워 말아요' 입맞춤으로 떠나보낸 JP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2.24일 00:24
박 여사 64년 간 조용히 JP 곁 지켜

임종 순간 결혼반지 목에 걸어줘

"집사람과 같은 자리에 누우려고

국립묘지에는 가지 않기로 했어"

부여에 묘비 세우고 비문도 지어

1999년 6월 28일 예지 부제크 폴란드 총리 환영만찬 중에 박영옥 여사가 김종필 국무총리의 뺨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웃고 있다. 박 여사는 굴곡진 정치인생을 살아온 김 전 총리의 곁을 64년 간 지켜온 충실한 내조자였다. [사진 김종필 전 총리]

영원한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예감한 구순(九旬)의 남편은 아내의 오른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임종의 순간 남편은 주머니에 넣어 온 목걸이를 꺼내 아내 목에 걸어줬다. 64년 전 결혼식장에서 나눠 꼈던 금반지로 만든 목걸이였다. 쌕쌕 이어지던 아내의 숨이 멈추자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여보, 멀지 않은 장래에 갈 테니까 외로워 말고 잘 쉬어요.” 그리고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내에게 입맞춤을 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부인인 박영옥 여사가 21일 오후 8시43분 세상을 떴다. 86세. 고인은 지난해 9월 요도암 진단을 받고 서울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투병해 왔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형 박상희씨의 1남4녀 중 맏딸로 경북 선산군(현 구미시)에서 태어났다. 대구 신명여고 졸업 뒤 구미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던 1950년 7월, 육군본부가 있던 대구로 피란 갔다. 그곳에서 박 전 대통령과 정보국에서 함께 일하던 김종필 당시 중위를 만났다. 말라리아에 걸린 박 여사를 김 전 총리가 간호해준 게 인연이 됐다. 과거 인터뷰에서 박 여사는 “후리후리한 키에 이국적인 느낌의 이목구비를 갖춘 청년 장교”로 남편의 첫인상을 회고했다.

1968년 10월 미국으로 떠나는 JP 부부와 아들 진씨.


 두 사람을 맺어준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50년 9월 김 전 총리와 부산 육군본부 연병장을 걸으면서 “내 조카 어떠냐. 데려갈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김 전 총리는 “본인이 좋다면 기꺼이 맞이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순순히 대답했는지 신기하다”는 게 김 전 총리 회고다. 두 사람은 국군의 반격이 한창이던 51년 2월 대구에서 결혼했다.

 박 여사는 56년 숙명여대에 진학해 국문학을 전공했다. 당시 숙대는 기혼자가 입학할 수 없었다. 김종필 당시 중령이 숙대 총장을 사흘 연속 찾아가 “집사람을 편입시험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해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 박 여사는 남편을 오빠라고 친구들에게 속이고 학교를 다녔다.

 김 전 총리는 “집사람이 당돌했다”고 표현한다. 61년 남편이 5·16을 일으켰을 때 박 여사는 둘째를 임신해 배가 불룩해 있었다. 5·16 거사일을 며칠 앞두고 헌병대가 청파동 집에 들이닥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허탕 쳤다. 기지를 발휘한 박 여사가 천장 틈새에 혁명계획서를 숨겨놓은 덕분이었다.

 5·16 성공 뒤 남편이 ‘자의 반 타의 반’ 외유를 떠나는 등 정치적 굴곡을 겪을 때마다 박 여사는 늘 곁을 지켰다. 70년대엔 국무총리 부인으로서 육영수 여사가 결성한 사회지도층 부인들의 봉사단체인 양지회 회장을 지냈다. 87년 남편이 정치를 재개한 뒤엔 아침 일찍 신문 스크랩을 하고 남편이 그날 입을 의상을 골라 주면서 조용한 내조를 펼쳤다.

 부부 금실은 남달랐다. 2011년 회혼 축하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난 평생 이 사람밖에 몰랐다”고 회고했다. 박 여사가 입원한 뒤엔 김 전 총리가 매일 저녁 병실을 찾아 간병해 왔다. 김 전 총리는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른팔과 오른다리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 한다. 그는 “아내가 아파하는 걸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며 애틋해했다. 22일 빈소를 찾은 정우택 의원은 “(JP가)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는데 가장 스캔들 없던 정치인”이라며 “박 여사에게 절대 싫은 소리 안 하고 허허 웃어 넘기셨다”고 회상했다.

 딸 예리(64)씨와 아들 진(54)씨를 뒀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5일 오전 6시30분. 장지는 충남 부여 김 전 총리의 유택이다. 22일 김 전 총리는 “집사람과 같은 자리에 눕기 위해 국립묘지를 안 가기로 했다”며 “먼저 저 사람은 가고 그 다음에 (나도) 곧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택에 세워둔 묘비엔 김 전 총리가 손수 지은 비문이 적혀 있다. 그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내조의 덕을 베풀어준 영세반려(永世伴侶)와 함께 이곳에 누웠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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