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자에서 국어의 神(신) 난다>
"미국이나 일본에 사는 사람은 교포(僑胞)라고 하면서 왜 우리만 동포(同胞)라고 하죠?"
조선족 출신으로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한 가수 백청강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조선족 재중동포에 대해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항의하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물론 재중 동포를 차별해선 안 되지만, 동포'라는 말 자체는 차별의 의미가 결코 아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축구선수 정대세는 동포일까, 교포일까. 그렇다면 골프선수는 미셀 위는. 동포와 교포의 차이는 바로 국적이다. 동포는 한 핏줄을 의미하는 보다 넓은 의미이며, 교포는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해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아직 한국국적을 가진 정대세는 재일동포이자 재일교포이고, 한국계 미국인인 미셀 위는 재미동포이긴 하지만 재미교포는 아니다. 당시 중국 국적을 갖고 있던 백청강도 재중교포가 아니라 재중동포가 맞다.
한 가지만 더 들여다보자. 이번 총선에서도 한 여당후보자가 친일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친일 망언을 하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 꽤 있다. 일본군에게 인권을 유린당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를 지켜보며 무심코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에게 보상(補償)을 해야한다"라고 말하면 큰 실수다. 보상은 적법한 행위를 했으나 어쩔수 없이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금품으로 갚는 것을 말한다.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사과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은 배상(賠償)이다. 배상은 불법으로 남의 권리를 침해한 쪽이 금품으로 갚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할머니들에게 해야 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배상이다. 무식하면 친일한다.
이처럼 한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어 벌어지는 오류는 비일비재하다. 한자 없이 한글만 쓰다 보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며, 올바른 한글 사용까지 힘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이뤄진 만큼, 한자를 우리말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기 힘들다. 한자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해야 국어 실력도 올라간다. 현직 기자이자 방송 앵커인 저자가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한자를 한 울타리로 끌어 들인 책 <한자에서 국어의 神(신) 난다>를 펴낸 이유다.
책은 한자와 우리 말을 따로 보지 않고 한자어를 통해 우리말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제와 클리닉을 통해 잘못쓰고 있는 한자어를 제시해 우리말 실력을 바로 잡아주는 등 다양한 사례를 실었다. 또 단순한 정답 제시가 아니라 한자를 통해 단어의 유래와 의미까지 밝혀 쉽게 이해되도록 돕는다. 지적 관심이 높은 이들 뿐 아니라,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무섭 지음. 글로세움. 312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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