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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는 왜 ‘도리어 화가’ 나는 영화가 됐나

[기타] | 발행시간: 2015.11.30일 08:0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시작은 복숭아처럼 달달했다. ‘광해’ ‘7번방’의 천만 배우 류승룡과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만났으니 관심과 기대를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랭크 업 한 지 1년이 지났고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 영화를 둘러싼 어두운 소문이 스멀스멀 돌기 시작했다.

간추리면 ‘편집 과정에서 앞 뒤 신이 잘 붙지 않는다’거나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같은 심상찮은 경고등이었다. 여기에 개봉 일정까지 계속 뒤로 밀리자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조심스레 나왔다.

결국 11월 비수기에 조용히 개봉했다. 흥행 비즈니스 속성상 영화의 운명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도리화가’가 이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게 될 지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류승룡 수지의 구매력에 어느 정도의 믿음이 깔려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 10점 근처에 머물던 포털 평점은 개봉 직후 1~2점으로 곤두박질했다. 더 애석한 건 연일 하한가를 맞는 풀 죽은 테마주처럼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지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는 관대한 평가도 간혹 눈에 띄지만 ‘기대 이하의 노잼’ ‘도로 나가?’라는 실망 글이 차고 넘쳤다.

1년 전만 해도 사극 열풍의 수혜자 후보로 불린 ‘도리화가’가 왜 이토록 관객들에게 ‘도리어 화가’ 나는 영화로까지 불리게 된 걸까. 무엇보다 지나치게 높았던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는 지적이다. 연기력으로 흠잡을 데 없는 류승룡이 수지를 상대로 해 뭔가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렇다 할 감정적 폭죽을 터뜨리지 못하자 이에 대한 실망감이 확장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히든 카드였던 둘의 멜로 코드가 관객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 역시 뼈아픈 패인으로 보인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든지 연정으로 발전될 수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과 엇갈림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두 남녀의 감정이 서서히 커지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지지만 이를 섬세하게 포착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인위적 고아 소녀가 판소리로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자신을 소생시켜준 스승을 흠모하며 그의 여자가 되려한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지고지순한가. 하지만 제작진은 당시 사회 통념과 금기를 넘어서려는 한 여자의 순수와 사랑에 대한 용기만 강조할 뿐 이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채선(배수지)의 순정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이를 외면해야 하는 스승의 비애와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이 객석에 고스란히 잘 전달됐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박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흥선대원군(김남길)을 안타고니스트로 활용한 것까진 좋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야 할 두 연적의 대립과 딜레마 역시 약하고 이음새가 헐겁다보니 감정 이입이 안 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집을 지을 때 좋은 벽지를 고르는 것보다 일단 틀을 잡고 무게를 지탱해줄 철근과 콘크리트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도리화가’는 설계 도안부터 불안정했다. 시나리오의 공백을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의 열정만으로 메우는 건 한계가 또렷하단 사실을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손님’에 이어 두 편 연속 흥행 고배를 마시게 된 류승룡과 구매력을 겸비한 배우가 되는 게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 새삼 깨닫게 된 수지는 딱히 나무랄 데 없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흥행이 작품에 쏟아 부은 땀과 수고에 비례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번번이 빗나간다는 게 이 업의 아이러니다. 그만큼 관객은 정확하고 냉정하다./bskim0129@gmail.com

'도리화가' 포스터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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