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시청률로 고전 중인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사랑비'(극본 오수연ㆍ연출 윤석호). 8일 방송에서 전국시청률 5.1%(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10회가 방송되면서 '사랑비'는 구시대적인 연출이란 지적을 들었다. 이후 '사랑비'의 돌파구로 여겨진 건 대본이었다.
하지만 마이너스가 됐다. 14회 극중 서준(장근석)과 김하나(윤아)의 엔딩신에서 폭력배가 등장했다. 푸르른 정원, 청승맞은 부슬비, 깨끗한 눈망울 등을 강조한 '사랑비'에 난데없이 등장한 어둠의 세력(?)이라니. 대본의 '초심 붕괴'는 시청자의 '멘탈 붕괴'로 이어졌다.
오수연 작가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사랑비'의 한 관계자는 9일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13,14회 대본 초고를 받고 다들 의아한 반응을 보인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오수연 작가의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 더러 내용과 개연성이 없는 인물(폭력배)이었다"면서 "시청자들의 주위를 환기시키고자 자극적인 소재에 손을 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랑비'가 장근석 윤아의 잦은 키스신으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은 이유도 연장선상에 있다. 한 회에 연속으로 등장한 이른바 키스 3종세트(3단키스ㆍ분수대키스ㆍ취중키스)는 시청자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작진의 대책회의에서 최근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넣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초점이 맞춰진 준-하나의 러브라인에 기승전결 없이 갑자기 등장한 러브신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로맨틱코미디와 막장 소재로의 유혹에 연타석 파울을 날린 '사랑비'. 어느 때보다 핫(hot)한 인기와 물 오른 연기력으로 호평 받는 장근석과 윤아를 "이렇게 활용하지 못하나"라는 아쉬움이 짙어진다.
강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