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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는 없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3.20일 10:14

[중앙포토]

| 남녀의 뇌는 서로 완전히 다르기보다 비슷한 점 더 많고 경험과 문화에 따라 계속 변해

남녀 사이의 실제적이거나 상상적인 차이가 대개 그렇듯이 생물학적 성이 뇌의 성을 결정하며 그에 따라 행동과 적성, 성격도 달라진다는 가설은 오래 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남자의 뇌가 ‘남성적’이고 여자의 뇌가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거의 정설로 굳었다.

성을 구분짓는 뇌의 구조와 기능을 측정하고 도식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첨단 신경과학 기법에 관한 논문이 영국 학술원 저널의 최신 특별호에 실렸다. 그러나 거기엔 다른 모든 가설의 바탕이 되는 기본 개념을 직접 반박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남성적인 뇌나 여성적인 뇌 같은 것은 없다는 대담한 주장이다.

그 논문의 저자 중 1명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교수 다프나 조엘은 지난해 11월 13∼85세 남녀 1400명 이상의 뇌 구조와 신경회로 연결을 자기공명영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남성이나 여성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뇌에 관한 증거는 없었다. 흔히 여성은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남성은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좌뇌’(뇌의 왼쪽)나 ‘해마’(기억을 저장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기관)가, 남성은 공간적 사고력을 담당하는 ‘우뇌’(뇌의 오른쪽 부분)가 더 발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팀이 남녀 참가자의 뇌에 있는 각 조직의 두께와 부피를 측정한 결과 참가자의 6%만 제외하고 모든 조직의 크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엘 교수는 뇌가 수많은 다른 특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모자이크’라고 결론지었다. 이질적인 요소가 뒤섞인 단일체라는 얘기다.

그런 특성은 단순히 생물학적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연구에 따르면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소관(전기 신호를 받아 세포체로 전달한다)이 빽빽한 ‘전형적인 남성’의 특징이 외부의 가벼운 자극으로 ‘전형적인 여성’의 특징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성만으론 뇌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외부 사건이 뇌의 구조에 어떻게 언제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뇌는 평생에 걸쳐 외부 영향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는 ‘뇌 가소성’ 개념이 지난 40년 동안 뇌 연구의 가장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뇌의 신경회로와 신경전달 경로가 고정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특징을 지닌다는 이론이다. 그에 따라 장·단기적 경험들이 우리 뇌의 구조를 바꾼다.

아울러 고정관념 같은 사회적 태도와 기대가 우리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연구에서 밝혀졌다. 뇌에 기초한 차이라고 인식되는 행동 특성과 인지 기술도 시간·장소·문화에 따라 바뀐다. 교육의 기회나 재정적 독립 여부, 심지어 식단 같은 외부 요인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남성 뇌/여성 뇌’ 논란에서 이런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뇌를 비교할 때 성별만 아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점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뇌 구조는 경험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심지어 다니는 학교나 직장처럼 일상적 경험도 다른 경험을 한 사람과는 다른 식으로 뇌를 변화시킨다.

그런 외부 요인의 영향은 뇌의 차이를 측정하거나 논할 때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생물학적 변수(성)가 사회적 변수(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때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은 연구 계획이나 연구 결과 해석에서 거의 무시된다. 연구 대상인 뇌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이해하는 것이 남녀의 뇌를 구분짓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는데 필수적이다.

뇌가 생물학적 성에 기초한 성별로 깔끔하게 구분될 수 없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성 차이’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보면 그 ‘차이’는 두 성별 집단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한 집단에 적합한 특성은 다른 집단엔 적합하지 않다거나 성에 따라 성격을 예측하거나 성격을 보고 성을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거나 어느 성별 집단에 속하는지 알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 능력과 잠재력은 어떤지 믿을 만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런 가설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흔한 고정관념이나 일화성 주장과 달리 다양한 심리학적 기준에서 볼 때 남녀는 실제로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다. 뇌가 여러 특성이 융합된 단일체라는 발견과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나 여성의 특징으로 인식되는 100여 가지의 행동·개인성격에 대한 여러 측정 결과는 그런 행동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성별 집단으로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온 게 아니라 남녀 모두 지구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뇌에서 남녀의 차이, 또는 정상/비정상적 행동, 능력, 적성, 성취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주장은 명확히 밝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최근 보조금을 제공하는 연구에선 테스트 대상의 성이 반드시 변수가 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무엇이 남성과 여성의 뇌를 다르게 만드는지에 관한 단순한 양분법에서 벗어나 더 의미 있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의문을 통해 접근해야 할 때다.

지나 리펀 영국 애스턴대학의 인지뇌영상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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