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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불타는 진달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4.28일 15:49
우리 항간에서는 진달래를 천지꽃이라고 애칭한다. 아마 하늘과 땅 사이에 울긋불긋 만개하는 꽃이라는 뜻일것이다. 하지만 천지꽃은 천지꽃대로 갑사댕기 무명치마에 김을 매고 길쌈하는 순결무구한 시골색시처럼 청순하여 좋고 진달래 또한 진달래대로 칠보단장 금의옥식에 거문고 뜯고 음풍롱월하는 량가규수처럼 도고해서 좋다.

그것 참, 같은 꽃이지만 호칭에 따라 이미지가 이토록 일변하는것 또한 참말로 절묘한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느 호칭이든 그 꽃은 순박한 향토미의 동정녀임은 틀림이 없다.

“진달래”하면 느닷없이 고향산천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련이어 그 어느 산골짜기속에서 별을 이고 나가 달을 지고 돌아오는 엄마의 영상이 클로즈업되여 선연하게 떠오른다.

대동강이 풀리고 벌레들도 돌아눕는다는 우수경칩이 지나면서부터 우리 집 꽃병에는 어느새 자잘하고 귀여운 겨울꽃눈들이 조랑조랑 매달려있는 진달래의 꽃가지들이 다보록이 꽂혀있다. 엄마의 때이른 나무짐바리에 덤으로 얹혀온 꽃가지들이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계절에 이르게 어거지로 피워낸 꽃이여서 얄포름한 연분홍색을 띤 꽃들이 제철따라 자생으로 피여난 꽃보다는 진붉음이 어느 정도 손색할망정 잔혹한 겨울철에 앞질러 봄의 전령사를 랍치해온 우리 집에는 어느새 새봄이 머무르고있었다.

진달래꽃이 활짝 피여나면 나는 압화(压花)놀이로 신들렸다. 꽃잎을 꽃받침에서 따내여 책의 갈피갈피에 몇잎씩 정성껏 끼워둔다. 그후 초간히 지나 책을 펼치다보면 책갈피속에서 홍조를 띤 예쁜 꽃잎들이 하얗게 웃으며 반겨준다.

갈대의 청처럼 얇고도 투명하게 건조된 꽃잎들이 금시 나비가 되여 날아날것만 같았다. 책을 높이 쳐들고 거꾸로 흔들면 그속에서 쏟아져나오는 숱한 꽃나비들이 온 방안에서 지그재그로 날아예며 춤을 추는듯하다. 나는 오리주둥이가 된 엄지검지 두 손가락으로 그 꽃나비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손바닥에 담기에 신바람이 난다.

그런 압화꽃은 아무때건 무심코 책장을 번질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면 경희의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하였고 또 내내 두고두고 진달래꽃을 흔상할수 있어서 참말로 좋았다.

청명이 지나고 곡우도 다 가고 인제는 자생으로 산에 들에 활짝 피기까지 우리 집에서는 하냥 그렇게 진달래를 남먼저 꽃피우고 희망의 새봄을 깃들였다.

이제 따사로운 훈김이 이 강산을 포근히 어루쓸면 천지만물은 조용히 기지개를 켜며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진달래의 꽃눈들도 간지러운 그 춘광훈풍에 앙증스런 앙탈을 부린다. 진달래는 어느새 봄의 령액을 자양분으로 한껏 빨아들여 탱탱하게 부풀어오르며 봄의 정령을 배태한다. 꽃샘잎샘의 그 랭정하고 가혹한 세도앞에서도 봄의 신생은 태동한다.

꽃눈이 바시시 어섯눈을 뜨기 시작하면 바야흐로 한봉, 두봉, 천만봉 봉곳봉곳 꽃봉이 산산골골 온 천지에 피빛으로 핀다. 파과의 아픔으로 대지의 자궁을 열고 봄의 정령이 응아― 고고성을 울리며 속세에 군림한다. 꽃의 향훈이 봄날의 원무곡을 연주하며 온 천지에 열광의 도가니로 휘몰아친다.

꽃들이 웃는다. 수줍음을 타면서 까르르 그렇게 간드러지게 웃는다. 나는 어쩌면 생겨나서천공지활하고 산명수려한 이 세상을 보는걸가! 인간세상 이 속세가 요다지도 신기하고 황홀해서 웃음보를 터뜨린다. 꽃들의 웃음소리는 향혼이 되여 산천을 진동하며 꽃구름 타고 저 멀리멀리로 메아리쳐간다.

산산골골에 꽃물이 든다. 핑크빛 꽃물이. 바야흐로 진정 녀자로 거듭나는 소녀의 앵혈같은 꽃물. 영겁의 풍상고초에 응어리로 굳어진 대지의 상흔 그 너럭바위우에도, 천야만야한 낭떠러지의 절벽에도… 핑크의 칠갑이다.

봄의 정령은 악착같이 피여난다. 그 현요한 피빛이 이 강산을 찬란하게 수놓는다. 꽃가마 타고 내려온 꽃동산이 봄의 극치를 이룬다.

꽃잔치가 벌어진다. 태양에서 불씨를 따온 대자연 올림픽축제 성화의 홰불은 하나 둘… 천산만학에 점화한다. 이 산 저 산에 재빼기로부터 정상을 치달으며 불길이 타오른다. 열광의 도가니다. 하늘과 땅사이에, 삼라만상이 들끓는다. 태양신이 휘뿌리는 휘황찬란한 황금의 테이프가 쏟아져내리며 새봄 축제의 서장을 장식한다.

청정한 푸른 하늘에 꽃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꽃구름 타고 꽃새들이 날아든다. 금쟁반에 령롱한 옥구슬 굴리는듯 청아한 목청으로 령절하게 꽃노래를 부른다. 저 산아래에서 꽃수레들이 꽃길을 따라 꽃밭으로 꽃 심으러 간다.

철선공주의 파초부채가 신기(神技)를 부리는듯 산은 산마다 화염산의 불길로 타오르고 조물주의 축복이런가 봉은 봉마다 무지무지 우람한 홍보석의 산이라 그 광채 또한 현란하다. 조물주가 이 세상 모든 생령들에게 하사하는 은총이다. 이렇듯 예로부터 우리 연변은 진달래의 천국으로 명망이 드높았다.

봄의 령물인 진달래.

두상꽃차례인 국화나 민들레, 해바라기처럼 숱한 꽃송이들이 한데 모여서 머리모양을 이루며 한송이의 꽃으로 피는 그런 통꽃과는 또 달리, 진달래는 잎보다 먼저 꽃가지 끝부분의 곁눈에서 한둘부터 다섯개의 꽃부리가 오밀조밀 한데 모여달리면서 한송이의 소담한 꽃으로 뭉쳐서 피는 갈래꽃이다.

아, 흐드러지게 피여난 진달래꽃의 그 청초함이란. 간간히 따사로운 봄바람이 산자락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요동치는 분홍빛 꽃물결은 상춘객들의 앙가슴에 불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상춘객들 손에 가지가 꺾이고 나무군들의 낫에 송두리채 잘려나가도 진달래는 모질게도 땅에 뿌리를 박고 억세게 피여나고 또 피여난다.

산중의 부귀는 원래 탓할이 없어(山中富贵无人管)

초동의 짐마다 한아름 진달래가 얹혀있네(个个樵童一担花)

어느 시인이 읊었듯이 산속에 있는 이 진귀한 홍보석의 명물은 누구랄것도 없이 먼저 꺾어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마구 우지끈우지끈 꺾어 듬뿍 한아름 안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진달래는 초동의 나무짐바리에, 또 나물 캐는 처녀들의 바구니에 담겨 산에서 내려와 집집의 항아리나 꽃병에 가득가득 꽂혔다.

꽃분이의 꽃바구니에 아름아름 진달래는 설음 많은 가슴에 새 봄빛을 안겨주었고 전선으로 떠나가는 군인동무들의 앞가슴에 듬뿍 안긴 샘물터의 진달래는 물을 길러 동이 이고 나왔던 처녀들이 승리의 그날을 기약하는 사랑의 꽃이기도 했다.

백의민족의 한과 서러움이 배여있는 참꽃, 그것은 마치도 수없는 전란과 재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겨레의 기질과 그다지도 닮았다고나 할가!

진달래는 락엽관목의 작은 키 나무로 밑둥에서 줄기가 여러개 갈라지거나 뿌리에서 줄기가 여러개 올라와 많은 가지를 뻗으며 전체가 똘똘 뭉쳐 웅거하면서 악착스레 버텨간다. 군락성이 강한 나무다. 그렇게 무덕무덕 군체를 이루며 똘똘 뭉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진달래.

뭉쳐라! 흩어지면 죽는다. 뭉쳐야만 산다. 이는 진달래의 생존철학이며 우리에게 깨우쳐주는 진실한 삶의 계시이기도 하다.

진달래는 수목중의 강철이다. 꺾이면 꺾였지 휘여들줄 모른다. 꺾으면 결연히 뚝 부러져 요절할지언정 아등바등 살려고 매달리지 않는다. 철혈의 기백이다.

연변은 영광스러운 전통적 혁명근거지요, 또 항일전쟁 동만근거지이고 해방전쟁의 든든한 후방이였으며 항미원조 전초의 진지이기도 했다. 력차의 혁명전쟁중에서 일만 륙천 삼백명이 되는 여러 민족 우수한 아들딸들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를 흘리며 혁명을 위하여 보귀한 생명을 바쳤으며 인민의 해방사업에 불후의 공훈을 세웠다.

그 렬사 총수의 93.8퍼센트가 조선족이였다고 사료에 백지흑자로 만장같이 적혀있으니 이 아니 장할손가 조선족들이여!

저명한 시인 하경지는 연변시찰시에 일필휘지로 “산마다 진달래요, 촌마다 렬사비라”는 명시구를 남겼다. 탄성을 지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연변혁명력사의 진실한 사조(写照)이다.

그렇다. 진달래는 항일지사들이 흘린 선혈이요, 충혼에 바치는 생화이며, 천추에 아로새기는 비문이다. 진달래는 연변을, 조선족을, 민족자치권리를 상징하는 주화(州花)의 월계관을 머리에 얹은 백의민족의 로고(logo)일진저.

아! 영산홍, 장백의 진달래야. 민족부흥과 중국꿈의 신록을 불러 부르며 활활 불타올라라!

/ 방 원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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