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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뽕도 딸겸 님도 볼겸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8.08일 11:08
 (상지) 리근

  (흑룡강신문=하얼빈) 올해도 때가 되니 고대하던 봄아가씨가 아지랑이너울 곱게 쓰고 살포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5월, 나는 안해와 두번이나 대자연과 기꺼이 포옹했다.

  들이나 산으로 가기 전날 밤이면 나는 어김없이 일기예보를 시청한다. 길을 떠나서는 내가 전동승용차 핸들을 잡고 안해가 뒤에 앉는다. 우리는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흘러간 옛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처음 들에 나간것은 버들개지가 통통 부풀어오르는 때였는데 우리는 야들야들한 달래, 씀바귀, 냉이, 꽃다지, 미나리, 질경이 등을 정히 캤고, 두번째로는 산에 올라가 산나물을 뜯었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하순이 도래하자 우리는 세번째로 산행을 해 복상스러운 고사리, 고비, 참취, 호박나물, 물쑥, 삽주, 원추리 등을 돌아가며 캤다.

  제각기 산나물을 캐다가 한참 지나 보니 그만 안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희수에 들어선 안해를 잃어버릴가봐 목청을 돋구어 “여보, 어디 있어?”고 외쳤다. 그랬더니 안해가 제꺽 “나 여기 있어요”고 화답하는것이였다. 우리의 고함소리는 산속의 고요를 깨뜨리며 귀맛좋은 메아리로 되여 돌아왔다. 그런데다 싱그러운 풀내음에 종다리가 구성지게 지종거리고, 호랑나비들이 꽃을 찾아 나풀거리는지라 우리의 마음은 고무풍선마냥 두둥실 떴다.

  그런데 야속한 일도 있었다. 한족들이 고사리를 즐기지 않으면서도 조선족들의 호주머니를 들추려고 우리 앞서 뜯어간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별문제다. 생명력 강한 고사리가 흙을 뚫고 새로 돋아나 우리를 반겼기때문이다. 고사리는 이렇게 정겹고 기특한 놈이다.

  점심때가 되자 우리는 소나무밭을 찾아가 지난해 떨어진 가랑잎 우에 큰 대자로 누웠다. 진한 송진내음이 가슴 후련하게 물씬 풍겨왔다.하늘을 바라보니 솜같은 흰구름이 나무가지 사이를 헤염치며 나와 숨박꼭질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우리는 그늘이 짙은 청송밑을 찾아가 비닐을 펴고 마주앉았다. 이때다. 낯모를 늙은 량주가 저쪽에서 지나갔는데 할머니의 등이 활등같이 굽었다. 보나마나 조선족이다. 시골의 조선족 아낙네들은 한평생 힘든 일을 하도 많이 해 늙으면 허리가 구부정해진다.

  그들을 본 안해가 소리쳤다. “여보세요, 조선분이죠? 어서 이리루 오세요” 그랬더니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눈길로 우리를 처다보는것이였다. 그러자 안해가 그들 곁으로 다가가 로친의 손을 쥐고 무작정 끄당겼다. 그바람에 바깥로인도 뒤를 따랐다. 이렇게 우리는 자리를 같이했다.

  안해가 도시락을 헤치자 그 뜻을 감안한 할머니도 주먹밥을 꺼내놓았다. 나는 맥주병 뚜껑을 떼고 술잔도 없이 그대로 바깥로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아니, 아니...”하며 갈퀴같은 손을 내저었다. 나는 “보아하니 당신은 내 형님벌인데 내가 어찌 혼자 들겠소? 나도 이만한 례절은 아는데...”고 우스개를 했다. 우리는 가지고 간 순대, 닭알지짐, 김밥 등을 안주 삼아 술병을 주고 받았다. 이러는 와중에 서로 통성명도 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며 전화번호도 주고받았다. 알고보니 그들은 삼천이란 마을에서 도보로 10리길을 걸어왔는데 우리 집은 상지진에 있기에 20리를 온셈이다. 술이 거나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셔터를 누른 다음 제꺽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잠시후에 카메라가 찰칵했다. 황홀경을 배경으로 우리 네 늙은이 영상이 이미 포획됐다는 신호였다.

  이때다. 갑자기 안해 핸드폰이 삐용삐용 울렸다. 한국에 있는 딸의 전화란다. 안해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다. 오늘 너 아빠 승용찰 타구 산에 와 나물을 캤는데 지금 한창 점심을 먹는중이다”고 하자 딸애는 “아 엄마, 정말 잘했어. 내가 다 부러워 죽일지경이야! 나두 엄마 곁에 있다문 얼마나 좋겠나!”고 한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나는 차에 올라 차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우리에게 무상으로 자연미를 선사한 고마운 초목을 향해 “빠이빠이...”하고 작별을 고했다. 안해도 창밖으로 야생화다발을 흔들었다.

  시멘트로 잘 포장된 길을 질주하는 차안에는 각종 산나물을 담은 보따리가 여러개 있었다. 우리 세 식솔이 먹으면 얼마나 먹으련만 외지 도회지에 사는 친척들과 한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다소씩 나누어줘야지.

  저녁상에는 미나리무침과 삼겹살을 동강동강 썰어두고 볶은 원추리채가 올랐다. 그바람에 소고기장졸임, 절인 오리알 등이 그만 무색해졌다. 아들은 딴 채는 곁눈으로도 보지 않고 산나물만 ‘집중공격’했다. 안해가 “천천히 먹어라. 체하겠다”고 했지만 아들놈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산나물만 소멸했다. 그럴만도 하다. 이런 신선한 산나물은 사시장철 먹을수 있는것이 아닌데다 오염 없는 철두철미한 록색식품이기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생각을 굴렸다. 이제 다음 날 또 안해와 같이 산에 가야겠다고. 더 늙기 전에, 행동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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