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렬


가슴을 내밀었다

심장을 꺼내여 맡긴다

피를 넣어다오

신나게 바꾸어 보자


거품 물고 오는 너는 싫다

푸른 너가 더 좋다

오너라

나에게 덮쳐라

가짓껏 안아다오


부실한 모든것을 부수어다오

짓뭉개다오

빨간 피를 푸른 바다물로 바꾸어다오

난 괴로움을 싫어한다

기꺼이 오르가즘하고싶다



동백꽃


왜서 떨고있나

왜서 기진맥진하냐

왜서

왜서

떨어질 준비를 하느냐


바다바람도 싫었나

해녀들의 웃음도 싫었나

아니면 돌이 좋아

돌우에 떨어지고싶어서냐


돌이 돌로 되기 전에는

바람이 실어 온 너일것이다

너는 피기 전에

돌로 뭉쳤다가

해녀의 얼굴로 핀것일것이다


봐라

해녀들이

바다에서 솟아오를 때

힘겨웁던 빨간 얼굴을

해빛에 그슬어 진한 빛을 뿌릴 때는

검은 돌도 붉게 웃었으니


해녀들도 너처럼

돌이 되였다가 녀자로 되였을것이다


떨고있는 너의 얼굴에

돌이 웃고있다

해녀도 웃고있다

바람따라 멀리 가더라도

바다와 함께

돌로 해녀로 살고싶었겠지


바다는 온통 꽃빛이였다

돌은 해녀로 물들이고

해녀는 동백꽃으로 설레일 때

동백꽃은 바람으로 빛 바랜다



신토불이


흙돼지

조랑마

억쇠 록차

현무암

조껍데기막걸리

제주도 제1세 토속민들이다

어느 구석이든지

바다바람과 흔들리며

지치게 살아가는 곳이다


불로초 재배

산삼뿌리 육성

벼농사에 큰 길

또 관광버스

이들은 제2세의 토속민으로

바다바람과 살고싶어하고있다


노랑 검정 하얀 얼굴들

키 큰 이들 키 작은 이들

소문없이 구경 와서

기구한 바다바람에 홀리여

제3세의 토속민으로

하루밤 풋사랑의 허리띠 풀고

신발 벗고 호텔에 투숙한다


둥근달도 변덕스런 해님도

마다하지 않은 둥근 제주도

신토불이 넉두리가

까만 바위돌에 구멍을 뚫어놓고

오는 비 가는 비

야채꽃술에 섹스하는 토속민일거다

돌산


돌집에서 태여나

돌산으로 돌아가는 나그네


돌과 바람으로 살다보면

구멍숭숭한 돌속에

바람 몇낱 불어넣기는 버거울거다

모난 돌이 싫어서

둥근 돌로 살았으니

어멍도 돌산에 모셨고

아벙도 돌산에 묻었다 한다

살고 살아도 억새만큼 살다가

바람처럼 사라질 때

구멍숭숭한 돌속에 숨는다 하네

바깥세상 볼만큼 봤으니

돌속세상 더듬으러 가셨다 할가


돌로 만든 돌산에는

기구한 동네 아방어망들 모두 모여

바다바람 재우고있으니

그리로 찾아가서

비좁은 항아리 하나 메고 가려나

돌산에는 문이 왼쪽으로 났으니

오른쪽문에 후에 오실 어망에게

남겨두고 가셨다는 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