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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주사 중독女들 침대에 몰아 놓은 뒤…"

[기타] | 발행시간: 2012.09.25일 00:23
이 병원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하루 30번도 놨습니다

24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이곳엔 그동안 방문했던 연예인들의 사진이 복도부터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 병원은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을 쉽게 놓아주기 때문에 연예인과 유흥업소 직원이 많이 찾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지방분해시술을 받고 싶다”고 하자 주민등록증부터 요구했다. 실명과 사진을 확인한 상담 직원은 “지방분해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무척 심하다. 원하면 프로포폴 전신마취를 해주겠다”고 귀띔했다. 가격은 주사 한 방에 10만원이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여했다는 한 피해 여성은 “부분 마취를 해도 충분한데 프로포폴을 권해 중독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개 중독자들을 커튼으로 가린 침상 6~7개에 한꺼번에 몰아 놓은 뒤 프로포폴을 투여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프로포폴을 손쉽게 투여받을 수 있다고 지목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피부클리닉 6곳을 확인한 결과 두 곳에서 “프로포폴 수면마취가 가능하다”는 응답을 했다. 또 다른 한 곳은 “요즘 단속이 심해져 국소마취만 한다”고 했다.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은 오·남용할 경우 중독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2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여전히 프로포폴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프로포폴 판매상’도 등장했다. 21일 본지가 인터넷에 ‘프로포폴 판매’라는 단어를 치자 ‘프로포폴 판매, 메일 주세요’라는 한 무역업체의 홈페이지 게시판 글이 검색됐다. e-메일 주소로 연락하자 다음 날 오후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번호는 태국 국가전화번호가 찍혔지만 한국 사람이었다. 그는 “30만원을 입금하면 프로포폴 5병을 3~4시간 내에 오토바이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입금을 미루자 이 남성은 다음 날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2주 만에 바뀌니 돈을 빨리 넣어 달라”고 재촉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계좌를 사용하는 게 마약 밀매범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경찰서가 2010년 구월동의 한 의원에서 확보한 프로포폴 투약 현황표. 바를 정(正)자 한 획이 프로포폴 약 10mL 들어간 한 앰풀을 뜻한다. 하루 동안 이 병원에서 환자 19명에게 프로포폴 앰풀 246개가 투여돼 매출이 643만원으로 기록됐다. [김민상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독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A씨(30·여)는 인천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분해 주사를 맞으면서 프로포폴에 중독됐다. 한때 병원 문이 닫힐 때까지 하루 18시간 30여 병을 맞은 적도 있었다. 먹는 것도 잊어버려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고 한다. A씨는 “잠을 못 자고 신경이 날카로울 때면 지금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 출신 B씨(32·여)는 프로포폴을 맞는 데 6억원을 넘게 썼다고 한다. 그는 “수십 개의 주사 바늘로 멍이 든 손목을 보고도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줬다”고 말했다.

 2010년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의사 4명과 병원 직원 등 16명을 적발한 인천 남동경찰서의 노연근 지능반장은 “중독 피해자들은 쉽게 헤어나오기 어렵지만 처벌받은 의사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다른 병원을 차린다”며 “의료계와 공급책 등 불법 유통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포폴(propofol)=수면내시경 시술을 위한 전신 마취제 등으로 쓰인다. 하얀 액체라 ‘우유 주사’로 불린다. 세계적 팝가수 마이클 잭슨도 2009년 프로포폴 과다 사용으로 사망했다. 중독되는 사례가 많아 한국에서 2011년 세계 최초로 마약류로 지정됐다.

중앙일보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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