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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후안(푸에르토리코)=AP/뉴시스】차의영 기자 = 샌프란시스코의 미국인 사업가 댄 서스키(30)와 건축가인 누나 케이트 서스키(39)가 지난 21일 낚시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14시간이나 헤엄쳐서 해변에 도착,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휴가로 푸에르토리코의 북쪽 해안 산타루치아에서 하루 바다낚시를 즐기기로 한 이 남매는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90㎏이 넘는 황새치를 낚으면서 기염을 올렸지만 이내 배가 기울고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표류하게 됐다.
선장과 기관장은 구조 요청을 했다며 구명조끼를 내주었고 곧 배가 침몰할 것이니 바다로 뛰어들라고 고함쳤다. 서스키 남매와 선장, 항해사는 모두 물에 뛰어들었지만 사람 키를 두 배나 넘는 높은 파도와 빗 속에서 남매는 선원들과 떨어져 최소 13㎞ 떨어진 해안 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가장 두려웠던 것은 파도와 저체온증도 있었지만 '오픈 워터'란 서스펜스 영화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두 연인을 바다 속에 남긴 채 배가 떠나버려 망망대해에서 두 사람이 맨몸으로 표류하는 장면, 상어떼를 만나 마침내 유품만 남긴 채 두 사람이 사라지게 되는 기나긴 공포의 장면들이었다.
댄 서스키는 되도록 그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썼고 입밖에 내지 않으려 했다고 AP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누나인 케이트도 상어 생각을 안 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멀리 침몰 장소 부근에 비행기 한 대와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이 보였지만 집채같은 파도 틈에서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으며 세찬 빗줄기 속에서 두 사람은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육지의 흔적까지 잃어버렸다.
오직 두 사람이 끊임없이 계속한 대화와 사기를 높이기 위한 서로간의 격려만이 12~14시간씩 헤엄을 계속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남매는 회고했다.
마침내 캄캄한 해안 부근에 도달했을 때 두 사람은 깎아지른 절벽 때문에 상륙이 불가능하고 자칫하다간 거센 파도로 바위에 부닥쳐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 접근을 미룬 채 수영을 계속했다. 입 속에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 다음에야 이들은 아주 좁은 모래사장을 발견하고 그 위로 기어올라가 쓰러져 버렸다.
"헤엄을 치면서도 너무 심한 공포감 때문에 토할 것 같았다"고 케이트 서스키는 말했다. 땅 위에 올라간 이들은 나무가지와 풀을 걷어서 덮고 체온을 보호했으며 날이 밝은 뒤에 시냇물을 마시고 설익은 바나나를 따먹으며 체력을 회복했다.
세 시간쯤 걸어간 뒤에 이들은 개를 데리고 나온 젊은 농부를 만나 크래커와 물을 얻어 먹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원으로 옮겨져 심한 탈수증과 발바닥 및 아킬레스건 피로 골절, 구명조끼에 쓸린 외상 등을 치료받았다.
그 농부는 낚시배 조난 뉴스를 TV에서 보았으며 타고 있던 사람들이 실종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선장과 항해사는 23시간이나 바닷물 속에 있다가 마침내 구조돼 가족과 친지들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산타루치아 관광국장은 이 사건이 거의 기적이나 같다고 말하고 경찰이 배가 침몰한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양경찰의 핀리 레온스 경위는 배의 선장 등을 조사했지만 불법 행위나 규정 위반 등의 과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스키 남매는 마이애미의 부친에게 돌아갔으며 "현재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할 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누나 케이트는 야간에는 깨어 있고 늦잠을 자는 올빼미형 체질이었는데 사건 이후로는 "해가 뜨는 장면이 너무 반가와서" 비행기를 타거나 다른 활동을 위해 새벽에 즐겨 일어나는 체질로 변했다고 전했다.
cm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