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가격만 10만~30만원, 韓電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
소비자들 항의 민원 줄이어… 업체 "누수전력 막고 효율 높여"
폭염(暴炎)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을 최대 40%까지 줄여준다고 선전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정용 '전기절감기'<사진>가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대당 10만~30만원의 전기절감기가 최근 3개월 동안 인터넷 쇼핑몰과 방문 판매원 등을 통해 2만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전력 측은 16일 "전기절감기는 전기료 책정 방식을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전기절감기' 판매업체들은 "전자제품을 사용하면 실제로 사용되는 전력 외에 '무효 전력'이 발생하는데, 무효 전력 발생을 줄임으로써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무효 전력 발생과 전기료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가전제품을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유효 전력 외에 무효 전력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 요금을 매기는 계량기에는 애초에 유효 전력만 기록되기 때문에 설사 무효 전력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전기 요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기절감기를 판매하는 A업체는 "무효 전력을 줄여 전기 요금을 줄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이를 인정하면서도 "누수 전력을 막고 효율을 높인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해보니 사용 전력량이 30~40% 줄어드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전은 "전력 사용 효율은 전자제품 자체의 성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외부에 어떤 장치를 꽂는다고 해서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도 "일반 가전제품의 무효 전기량을 개선해 30~40%의 전력량·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만약 효과가 있다면 어려운 기술도 아닌데 국가에서 이미 다 가정에 달아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전기절감기가 엉터리라는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직접 계량기로 측정해보니 전기절감기 자체의 전력 소모가 심해 전기 요금이 오히려 올라가더라"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도 전기절감기 관련 소비자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기절감기는 에어컨·선풍기처럼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정식 등록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상담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관할이 아니라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품안전정책국 관계자들은 "그런 게 있다는 얘기만 들어봤을 뿐 전기기기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우리가 안전인증을 해줄 대상이 아니다" "허위 과장 광고가 문제라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라고 말했다. A 업체는 "안전 인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가 못하고 있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희명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