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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서비스 평가 8연패’ 비결은 ‘특혜 보안검색’?

[기타] | 발행시간: 2013.09.14일 06:07

ㆍ경향신문 기자 2명, 공항서비스(ASQ) 설문조사 당일 ‘기내 반입금지품목 검색’ 비교 체험해보니

9월2일.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ASQ) 평가 설문조사가 있는 날이었다. ASQ는 공항접근 교통~항공권 구입·교환~보안검색 등 출입국 수속~면세점~공항 내 각종 편의시설 이용~항공기 탑승의 서비스에 대한 승객의 만족도를 평가한다. 경향신문 기자 두 명은 이중 보안검색 과정을 직접 비교체험했다. 보안검색은 인천공항공사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진행했다. 두 기자가 체험한 항공기는 이날 오후 일본 나리타로 출발하는 ASQ 평가 대상 국적 항공기와 비슷한 시각 일본 나고야로 가는 일반 국적 항공기로 모두 아시아나항공 소속이었다. 두 기자 모두 기내 반입금지품목인 ‘100㎖ 이상의 액체류’ 리스테린 가글(250㎖), 페리오 치약(120g), 키엘 로션(125㎖), 이니스프리 로션(160㎖)을 가방에 넣었다. 로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한 브랜드의 잘 알려진 제품들이었다.

[비ASQ 승객 탑승기]

▲ 규정대로 “100㎖ 반입 불가” 통보

통사정도 안 통해… 결국 다 버려

9월2일 오후 2시27분 인천국제공항. 오후 3시10분에 출발하는 일본 나고야행 아시아나항공 OZ0124편을 타기 위해 4번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탑승권과 여권 확인을 받은 뒤 출국장 앞에 섰다. 자동문 입구에 서 있던 하늘색 띠를 두른 남자직원이 다시 탑승권을 확인했다. 그는 왼쪽 보안검색대로 가라고 안내했다.

■ 출국장 통과에 ‘15분’

왼쪽 보안검색대 중 한 곳에 줄을 섰다. 승객 4~5명이 대기하고 있다. 차례가 왔다. 절반쯤 마신 500㎖ 생수병과 배낭을 바구니에 담고, 기내용 캐리어를 검색대에 올렸다. 전신검색대를 통과한 뒤 양팔을 좌우로 벌려 꼼꼼하게 몸수색을 받았다. 검문이 끝나자 컨베이어 벨트 쪽에 있던 남자 보안검색요원이 기자의 생수병을 들고 말했다.

“물은 여기에 버리든지 다 마시고 들어가세요.”

“여기서 어떻게 다 마십니까”라고 묻자 보안검색요원은 “면세점에 식수대가 있으니 물을 포기하거나 다 마시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보안검색요원의 옆에 있는 은색 수거통에는 이미 다른 승객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병 10여개가 들어 있다. 실랑이 끝에 “버려달라”고 하자 곧바로 동그란 은색 수거통에 물을 쏟아버렸다.

기자의 가방이 찍힌 검색모니터를 보고 있던 보안검색요원이 조금 전 물을 버린 남자 보안검색요원을 불렀다. 잠시 뒤 돌아온 그가 “고객님, 가방 좀 저희가 열어봐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답하기도 전에 이미 가방을 열고 옷가지 사이에 있던 반입금지품목인 가글(250㎖)과 치약(120g), 로션(160㎖)을 꺼내 들었다.

■ “규정상 액체류는 100㎖ 이상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이것들도 반입금지물품이에요. 액체류는 100㎖ 이상은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규정에 공지돼 있어요.”

“그런데 다 필요한 물건이라 가져가야 하는데….” 기자가 말끝을 흐리자 잠시 기자를 바라보던 보안검색요원이 말했다. “잠시 비행편명 좀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기자의 탑승권을 다시 확인한 그가 말했다. “(이 물품들은) 반입이 안되세요. 여기 놓고 가시든지 도로 나가서 짐을 다시 부치셔야 돼요.” 물통에 이어 2차 실랑이가 벌어졌다. “놓고 가라고요? 그럼 나중에 귀국할 때 다시 찾을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여기서 반입 금지된 물품은 포기하시는 거예요. 가져가길 원하시면 나가서 가방을 미리 부치세요.”

“양치는 해야 하니 물통에 치약 조금만 짜서 가져가면 안돼요?” 보안검색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안됩니다. 2시40분부터 탑승 시작인데 고객님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요, 물건 포기하시겠어요?” “그럼 로션은 얼마 쓰지도 않은 거라 아까운데 이것만 어떻게 안될까요?” 그러자 보안검색요원이 손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규정상 안되세요. (위를 가리키며) 그리고 여기 CCTV가 다 찍고 있어요.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보안검색요원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가서 짐 부치시겠어요, 아니면 여기서 가져갈까요?”

“그럼 그냥 버려주세요.” 가글과 치약, 로션은 모두 보안검색요원 옆의 반투명 비닐봉지에 버려졌다.

검색을 마친 뒤 가방을 챙겨 법무부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시계는 2시50분을 가리켰다. 심사 전 취재 정리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하고도 약 15분이 걸렸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ASQ 승객 탑승기]

평가참여 승객은 별도 검색대에서

단 5분 만에 ‘금지 액체류’도 통과

탑승 시작을 10분 남겨둔 오후 2시30분. 오후 3시10분 나리타행 아시아나항공 OZ0106편의 탑승권과 여권을 손에 쥐고 4번 출국장으로 향했다. 출국장에 들어서기 전, 제복을 입은 공항 직원이 탑승권과 여권을 확인했다.

■ 출국장 통과시간 단 ‘5분’

출국장 자동문이 열렸다. 양옆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May I help you?)’라고 쓰여진 하늘색 띠를 두른 남녀 직원이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고객님 티켓 확인 부탁드립니다.” 티켓을 보여주자 기자의 오른편에 서 있던 여자직원이 줄을 길게 선 왼쪽 보안검색대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 주십시오.” 기자가 잠시 망설이다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여직원이 기자를 제지했다. “아, 혹시 106편이십니까?” “네, 나리타행….” 편명을 다시 확인한 여직원은 조금 전 말했던 왼쪽 보안검색대 대신 사람이 한 명도 서 있지 않은 한산한 오른쪽 가장 끝에 있는 보안검색대를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은 이쪽으로 가 주십시오.”

오른쪽 보안검색대에는 대기인원이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왼쪽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보안검색요원이 친근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곧바로 기내용 캐리어를 검색대에 올리고 핸드백과 3분의 1쯤 마신 500㎖ 생수병을 바구니 안에 넣었다.

검색대를 통과하는 순간 앞에 있던 남자 보안검색요원이 뒤에 있는 요원들에게 “일반 3·3 하나요~”라고 외쳤다. ‘일반 3·3’은 더 친절하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ASQ 승객’을 가리키는 보안검색요원들만의 은어다. 특별한 검문절차 없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가방이 나오길 기다렸다. 검색용 모니터에 반입금지품목이 찍혔다.

■ 반입금지품목도 모두 ‘통과’

“잠시만요, 고객님.” 남자 보안검색요원이 조용히 기자를 불렀다. 그는 핸드백 안에 들어있던 500㎖ 생수병을 들고 “고객님, 물은 원래 (반입이) 안되시는데, 드시던 거니까 마저 드시고 물통은 가방 안에 넣어서 가져가주세요”라고 말한 뒤 물이 든 생수병을 다시 가방 안에 넣어줬다.

다음은 기내용 캐리어. “잠시 가방 좀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는 가방을 열고 가방 한쪽에 뒀던 반입금지품목인 250㎖짜리 가글과 120g짜리 치약을 꺼내 모니터를 보고 있는 여자 보안검색요원에게로 가져갔다. 여자 보안검색요원은 슬쩍 고개를 돌려 물건을 확인한 뒤 이내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2~3초 후에 다시 기자에게 온 남자 보안검색요원은 “고객님, 원래 100㎖가 넘는 액체류는 규정상 반입이 안되시는데, 그런데 이번엔 그냥 가져가시고 다음번엔 소포로 부쳐주세요”라며 가글과 치약을 가방의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넣어줬다. 가방 안에는 125㎖짜리 로션도 들어있었지만 따로 지적하지 않았다. 반입금지품목인 100㎖ 이상의 액체류 4개는 이렇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통과됐다.

검색을 마치고 법무부 심사대로 향했다. 뒤에서 승객 3명이 검색을 받으러 왔는지 보안검색요원이 “일반 3·3 셋이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사대를 통과한 뒤 시간을 확인했다. 2시35분. 정확히 5분이 지나 있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 ASQ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전 세계 공항 이용 및 서비스 등에 대한 종합평가이다. 조사에 참여하는 공항은 ACI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사일정을 수립하고,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조사대상 항공편은 전체 운항 점유율이 2% 이상인 항공사·지역에서 공항 측이 선정한다. 설문조사는 평가대상 항공기 탑승 승객들을 대상으로 1대1로 실시된다. 설문지는 34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1번 항목인 ‘공항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ASQ 평가에 직접 반영된다. 나머지 33개 항목은 보조지표이지만 보안검색·여권비자 심사·탑승수속·공항서비스 및 편의시설 등에 대한 만족도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1번과 연계된다. 보안검색 부분은 보안검색요원의 친절성, 보안검색의 정확성 및 신속성, 공항 보안에 대한 느낌 등 4가지 항목이다.



▲ 인천공항공사 “검색 혜택 있을 수 없어… 보안용역업체 잘못 가능성”

인천공항공사 최훈 홍보실장은 “보안검색 과정에서 경향신문 취재 내용과 같은 행위가 있었단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공항서비스(ASQ) 평가가 인천공항공사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혜택을 주라고 공사 차원에서 지시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이라면 황당하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평소 성수기 때에도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해 보안검색대를 한 대 더 개방하는데, ASQ 승객 전용 보안검색대가 따로 운영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13일 “100㎖를 초과하는 액체류의 경우 다른 공항들에서는 보안구역 반입을 불허하고 있으나, 인천공항에서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수 등 고가의 품목에 대해서는 보안검색요원이 100㎖ 미만의 용기에 직접 나눠 담아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서비스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으로 인해 모든 고객에게 균일하게 제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관계로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보안 용역업체가 분기마다 있는 서비스레벨어그리먼트(SLA)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는지 모르지만, 만약 사실이면 해당 업체나 직원은 현행 법령을 위반해서 업무를 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보안검색 협력사만 SLA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공항공사나 항공사, 입점업체 모두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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