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생태계 무법자 뉴트리아] 몸길이 1m… ‘괴물 쥐’를 잡아라

[기타] | 발행시간: 2013.11.23일 06:15

토끼와 비슷한 앞니. 흑갈색이나 흰색, 핑크색의 부드러운 털. 쥐처럼 생겼지만 보통 쥐보다 10배는 커 ‘괴물 쥐’로 불린다. 다 크면 꼬리까지 1m, 무게가 20㎏에 달하는 놈도 있다. 낙동강 유역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은 뉴트리아 얘기다. 2009년 6월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돼 퇴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체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물길을 따라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반수서동물인 뉴트리아의 천적으로 삵, 너구리가 있긴 하지만 낙동강 일대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일한 천적은 인간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낙동강 뉴트리아들을 벌벌 떨게 한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가 있다. ‘뉴트리아 헌터(사냥꾼)’라는 별칭이 붙은 전홍용(51·경남 김해)씨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부산 김해 등 관할 지자체 공무원, 주민들 사이에서 그는 유명 인사다. 지난 18일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류의 대저생태공원과 신덕습지에서 어김없이 뉴트리아와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씨를 만날 수 있었다. 낙동강 본류를 중심으로 맥도강과 평강천 등 주변 하천에 펼쳐진 드넓은 습지에는 사람 키보다 큰 갈대와 온갖 수생식물이 빽빽이 들어차 뉴트리아에겐 더없이 좋은 서식지처럼 보였다. 전씨는 주거지인 김해에서 약 15㎞ 떨어진 이곳으로 매일 새벽 6시쯤 출근(?)한다. 그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에는 뉴트리아 퇴치 장비가 갖춰져 있다. 오토바이 뒤에 달린 수레에는 아침 일찍부터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10여 마리의 크고 작은 뉴트리아가 담겨 있었다. 옆에는 직접 만든 포획 틀과 뜰채, 몽둥이 등 장비가 실려 있다. “뉴트리아는 야행성이라 해질 때나 새벽녘에 주로 먹이활동을 합니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낮에도 양지 바른 곳에 나와 자거나 쉬는 놈들을 볼 수 있어요. 조용히 다가가 몽둥이로 내리칠 때까지도 전혀 몰라요. 서식굴 입구나 이동 통로 등에 포획 틀을 놓아 잡기도 합니다.” 전씨는 “보통 매일 10∼15마리씩 잡아요. 옛날엔 하루 100마리를 잡은 적도 있어요”라며 의기양양해했다. 그는 부산과 김 배추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부였다. 2008년 인근 하천에서 넘어온 뉴트리아가 배추밭을 짓이겨 1500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후 본업을 팽개치고 본격적인 뉴트리아 잡이에 나섰다. 전문 서적을 뒤져 뉴트리아의 생태적 특성과 포획법을 공부했다. 그가 5년간 잡은 뉴트리아만 3000마리가 넘는다. 잡은 뉴트리아는 땅에 묻거나 요리해 이웃 주민과 나눠먹기도 했다. 고등학교나 수의과대학에 해부 실습용으로 준 적도 있다. 2011년부터는 관할 지자체가 포획 수매제를 시행해 마리당 2만원을 받고 넘긴다. 전씨는 “서식굴을 찾으면 내게는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같다”면서 “굴 한 곳에 최대 17마리까지 살고 있는 걸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포상제가 시행된 후 전국에서 사냥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의 포획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왔지만 대부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뉴트리아 확산의 가장 우려되는 점은 토종 생태계 교란과 농작물 피해다.

뉴트리아는 갈대나 줄 등 수생식물의 뿌리, 줄기를 이빨로 갉아먹는다. 개체 밀도가 높아지면 수생식물을 초토화시키고 결국 습지의 자정 능력을 잃게 만든다. 때론 어린 철새나 곤충, 어류 등을 잡아먹거나 새알을 깨기도 한다. 위협을 느끼면 사람도 공격한다. 이빨이 날카롭다. 최근엔 서식지 인근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나리 무 상추 당근 벼 등 논밭 작물과 온실 작물을 무차별로 섭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강천 일대에서 재배하는 연근을 갉아먹어 매년 1000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힌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은 노지에 심은 김장용 배추의 속만 파먹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가 전해들은 농작물 피해만 120건에 달한다. 그는 “얼마 전엔 농가 부엌에 두 마리가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장마철에는 하천 저수지 등 제방에 만든 서식굴이 둑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낙동강 일대 습지 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 활동적인 뉴트리아의 특성상 서식 개체수 파악이 힘들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국립환경과학원의 대략적인 밀도 조사 결과 낙동강 수계에 약 8000∼1만 마리의 뉴트리아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1년에 네 차례, 한 번에 5∼10마리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씨는 “낙동강 하류 습지 일대에만 최소 5만 마리, 최대 10만 마리는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5일부터 시작해 내년 5월까지 본격적인 뉴트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전씨는 “낙동강에서 뉴트리아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잡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후세에 깨끗한 낙동강을 물려줘야지, 괴물 쥐가 득실대는 낙동강을 물려줘서야 되겠소.”

부산=글·사진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국민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50%
30대 5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현지시간으로 5월 6일 오후 습근평 국가주석이 빠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습근평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에 즈음하여 프랑스에 대한 제3차 국빈방문을 진행하게 되여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두 나라 관계의 소중한 60년 로정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 습근평 주석 방문, 중국-세르비야 관계의 새로운 시대 열 것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 습근평 주석 방문, 중국-세르비야 관계의 새로운 시대 열 것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풍경(4월 29일 찍은 드론사진) /신화넷 1일에 찍은 중국전력건설그룹이 건설을 맡은 세르비아 국가축구경기장 프로젝트 공사 현장. /신화넷 리명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는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중국-세르비아의 두터운 우정은 굳건히 유지

습근평,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습근평,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현지시간으로 5월 6일 오후 습근평 국가주석이 빠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습근평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에 즈음하여 프랑스에 대한 제3차 국빈방문을 진행하게 되여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두 나라 관계의 소중한 60년 로정

룡정시법원, 휴대전화 불법개조사건 판결

룡정시법원, 휴대전화 불법개조사건 판결

사건 회고 최근, 룡정시인민법원은 피고인 원모1, 원모2, 원모3이 도청 및 사진용 특수 장비를 불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한 범죄를 공개적으로 심문 처리하였다. 피고인 원모1은 원모2, 원모3과 함께 2023년 10월 말부터 2023년 12월까지 광동성 혜주시에서 영리를 목적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