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연결법(parabiosis)은 늙은 개체와 젊은 개체의 혈관을 서로 연결해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방법이다. / 네이처
프랑스 생리의학자 폴 버트는 1864년 실험용 흰쥐(알버트 래트) 두 마리의 옆구리 살을 일부러 도려내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는 상처 부위를 서로 맞닿게 한 뒤 봉합해버렸다.
다소 잔인해 보이는 이 실험 목적은 흰쥐 두 마리의 혈관을 서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실험은 의도대로 흘러가 버트 박사는 두 마리의 접합 부위에서 혈관이 자라나 한 몸처럼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개체연결법(parabiosis)’의 시초로 불린다. 당시 버트 박사가 어떤 결과를 노리고 이 실험을 진행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현대 과학계에 기여한 바는 분명히 있다. ‘불로장생(不老長生)’ 연구의 발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 두 개체 혈관 연결하면 늙은 쥐가 건강 되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특집 코너를 통해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노화(老化) 방지 연구의 역사와 근황을 소개했다.
네이처
노화를 막는 대표적인 실험 방식이 바로 버트 박사가 처음 시도한 개체연결법이다. 말 그대로 두 개체를 서로 연결해 혈류(血流)를 교환하게 만든 뒤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의 영양학자 클리브 맥케이 박사는 이를 노화 방지 연구에 처음 적용한 과학자다. 그는 1956년 버트 박사가 했던 것처럼 흰쥐 두 마리를 연결해 총 69쌍을 만들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짝을 지은 흰쥐 두 마리의 연령 차이를 다양하게 설정했다.
1년 반 동안 진행된 연구 과정에서 흰쥐 11쌍이 죽었다. 맥케이 박사는 남은 흰쥐들의 노화 상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쥐와 혈관이 연결된 늙은 쥐의 골밀도와 체중이 젊은 쥐와 비슷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사한 연구는 197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수행했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젊은 쥐와 연결된 늙은 쥐가 그렇지 않은 늙은 쥐보다 4개월 이상 더 오래 산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30년간 개체연결법을 활용한 노화 방지 연구는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사람끼리 혈관을 연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상 허가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들어 ‘젊은 피’ 연구 부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젊은피 속에는 줄기세포 활성화를 돕는 단백질 'GDF11'가 풍부하다. 연구진은 GDF11를 주사해 늙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DB
‘젊은피’ 연구는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학자인 토니 위스 코레이 박사와 연구팀은 2011년 8월 네이처에 “젊은 쥐와 연결된 늙은 쥐의 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코레이 박사팀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실험용쥐 두 마리를 서로 맞붙인 뒤 늙은 쥐의 뇌속 뉴런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젊은 피를 수혈한 늙은 쥐의 뇌에서는 뉴런이 늘어났다. 반대로 늙은 피를 받은 젊은 쥐의 뇌에서는 뉴런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이 박사는 “신선한 피가 뇌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코레이 박사팀은 지난해 9월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회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30세 미만의 젊은 남성들로부터 추출한 혈장을 50세 이상의 알츠하이머 환자 6명에게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연구진은 젊은 피에서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하기도 했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조직 재생 능력도 갖추고 있어 노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에이미 웨이저스 박사팀은 줄기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인 ‘GDF11’을 찾아내 201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 쥐의 혈액 속에는 GDF11이 풍부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농도가 감소한다. 연구팀은 GDF11이 핵심적인 ‘회춘인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저스 박사는 “GDF11을 주사해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 줄기세포의 DNA 손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