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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졸림증
봄이다. 졸린다. 한낮 사무실에 앉아 고개를 꾸벅이는 풍경이 결코 '헤드뱅잉(headbanging·음악에 맞추어 머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란 건 말해 입아프다. 이게 다들 말하는 '춘곤증'인가보다. 그러나 잠깐! 단정은 금물이다. 흔히 '춘곤증이려니' 하지만 사실은 춘곤증이 아니라 주간졸림증일 경우가 많다는데…. 춘곤증이야 계절적인 변화에 의해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일시적인 것이지만 주간졸림증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 바로잡지 않으면 자칫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 수면 부족도 빚처럼 쌓인다
주간졸림증이란 말 그대로 낮에 졸리는 증상을 말한다. 낮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다시 졸린다. 의학적으로 주간졸림증은 하나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병명(病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말인 즉,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그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절 무관 낮에 졸린 증상
'수면 빚' '기면병' '우울증' 등
정확한 유발 원인 찾아야
간단한 수면일기 써서
하룻밤 적정 수면시간 알고
숙면 방해 습관 고쳐야
우선 밤에 잠을 잘 못 잘 경우 낮에 잠이 온다. 당연하다. 우리 몸에 적합한 정상적인 수면 시간을 '얼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많은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6~8시간을 잔다고 보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수십 년 전보다 최근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그러고 보면 현대인은 잠을 줄여야 할 만큼 바쁘다.
몸에 필요한 수면시간보다 잠을 적게 자게 되면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빌린 돈처럼 빚으로 남게 된다. 이것을 수면 빚(sleep debt)이라고 한다. 빚이 쌓이면 독촉장이 날아오는 것처럼 수면 빚이 쌓이면 주간졸림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원인이 단순한 잠의 부족이라면 수면 습관을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러나 또다른 질병이 원인일 경우엔 빨리 고치지 않으면 병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수면장애가 원인이면 즉시 치료해야
기면병(narcolepsy)이 주간졸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기면병은 각성호르몬인 '히포크레틴'이 뇌신경세포 손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부족해져 발생하는 병으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이 특징인 수면장애다. 수업시간이나 회의 중 조는 것은 물론, 식사, 설거지, 샤워를 하다가도 잠이 들게 되고, 심지어는 걷다가 잠에 빠지기도 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도 주간졸림증을 부른다. 이것은 코를 골다가 상기도의 연부조직끼리 들러 붙게 되면서 폐쇄가 일어나 숨이 막히는 수면장애. 숨이 막히는 일이 하룻밤 잠을 자면서 심하면 수백 번 반복될 수 있고 숨이 막힐 때마다 잠을 자는 환자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미세한 각성이 일어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니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이런 일이 매일 밤 반복되면서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해 당뇨, 고혈압, 심장부정맥, 뇌졸중, 녹내장과 같은 여러 가지 성인병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환자들은 대개 아무리 많이 자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낮에는 피곤하고 식곤증에 시달린다.
이외에도 주기성 사지운동증, 하지불안장애 등 여러 가지 수면장애에서 주간졸림증이 나타날 수 있다.
■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도 하나의 원인
우울증 같은 정신과 질환에서 주간졸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모든 병에서 잠에 문제가 생기고, 잠에 생기는 변화가 발병이나 재발의 징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신체적인 질환도 주간졸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기면 낮에 쉽게 피로해지고 주간졸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통증이 심하여 잠의 질이 떨어지면 이 또한 주간졸림증가 연결된다.
■ 정확한 원인 찾는 것이 가장 중요
주간졸림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수면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룻밤에 7시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5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면 주간졸림증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 일정한 기간 동안 취침, 기상 시각, 낮에 얼마나 졸린지 간단한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잘 수 있더라도 숙면을 방해하는 습관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불규칙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 시각, 지난친 카페인 음료, 과음, 낮에 누워있는 버릇, 하룻밤에 8시간은 꼭 자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 등이 모두 숙면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주 이상 주간졸림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러 수면장애를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수면다원 검사'와 '반복적 수면잠복기 검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검사비 자체가 100만 원 대를 넘어서는데다 건강보험 적용도 안돼 '잠 못 자는' 혹은 '너무 잠이 오는' 증상만으로 검사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반드시 수면의학을 전공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검사를 결정해야 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