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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살인 '미성숙 뇌' 이유로 감형받게 될까

[기타] | 발행시간: 2012.04.24일 03:38

진화한 뇌과학과 재판

10대 뇌, 성인보다 더 충동적… 사이코패스·소년범 등의 범행 덜 발달한 뇌가 원인일 수 있어

뇌과학 데이터 증거 제시 늘고 伊선 무기징역 감형된 판례도

범죄 예방·교화 돕는 뇌과학 미완성 단계라 오용 위험 커

올여름 미국 연방대법원은 "형(刑)을 감해달라"는 20대 무기수 쿤트렐 잭슨과 이반 밀러의 청원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잭슨과 밀러는 14세 때 각기 다른 사건에서 잔혹한 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살고있다.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범죄는 성인범죄와 다른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주장은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룬 뇌(腦) 과학적 발견 때문에 연방대법원으로선 이번 청원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 10대의 뇌는 성인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의 뇌는 20대 초반에서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충동과 관련되는 부위는 일찍 발달하지만 이성을 관할하는 부위는 가장 늦게 깨어난다.

이성과 충동의 불균형은 10대 때 가장 심하고 그 결과 충동적이고 무모한 행위에 빠질 가능성도 최고조에 이른다. 연방대법원의 의뢰를 받은 뇌과학자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들을 이미 제출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이번 청원을 받아들이면, 이는 뇌과학이 미국의 사법체계에 영향을 끼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500명에 이르는 미국 내 소년범들은 물론 미래에 생겨날지 모를 어린 범죄자들의 행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이 실험실을 나와 법정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과거 같으면 큰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잭슨과 밀러의 청원에 미국 사법계와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잔혹한 사이코패스 살인범과 소년범의 범행 동기와 양형 문제, 거짓말 탐지분야에서 뇌과학은 사법 체계의 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뇌과학적 데이터가 법정 증거로 제시되는 사례가 미국에선 이미 한 해 200여건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서는 뇌를 찍은 영상 덕분에 감형을 받은 살인범도 나왔다. 지난 2009년 여동생을 살해하고 부모님까지 해치려 했던 스테파니아 알버타니는 자신의 범죄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뇌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의뢰를 받은 피사 대학과 파도바 대학 연구팀이 정상여성 10명의 뇌와 그녀의 뇌를 비교 분석한 결과, 그녀의 뇌에서 공격성과 관련된 두드러진 결함들이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여 알버타니의 형을 무기에서 20년으로 감형했다.

미국에서는 두 명의 여아와 한 명의 20대 여성을 성폭행 살해한 브라이언 두간의 사형선고 여부를 놓고 뇌과학자와 검사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뉴멕시코 대학의 신경과학자 켄트 키엘은 "두간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이며 자신의 살인 충동을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두간의 뇌를 촬영했고, 그 결과를 12명의 배심원 앞에서 설명했다.

fMRI는 뇌 속 혈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 키엘의 설명을 들은 배심원 2명이 사형에 반대해 두간은 사형을 면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이들이 반대의사를 번복, 두간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이 재판은 미국 법정에서 피고인의 두뇌를 찍은 fMRI 자료가 증거로 등장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말하는 사람의 뇌를 촬영해 그 말의 진위를 판별하는 '뇌 거짓말 탐지'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세포스(Cephos), 캘리포니아의 노라이(NoLie)MRI사(社)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고 fMRI로 이를 관찰하면 거짓말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거짓말탐지기는 심전도를 분석해 진위를 가린다.

과학자들은 뇌 과학의 법정 진출에 대해 치열한 찬반 논쟁을 펼치고 있다. "뇌 과학이 소년범과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를 높여 범죄 예방과 교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지금의 뇌과학 수준에서는 뇌와 특정 행위 간 1:1 대응관계를 밝히기에 역부족이어서 잘못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개가 넘는 신경세포가 있다. 신경세포 한 개는 약 1000개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즉 100조개가 넘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이 정도의 복잡성을 지닌 뇌의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뇌 영상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는 지난해 12월 '뇌과학과 법'이라는 일종의 가이드북까지 출간했다.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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