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단어가 밖에 나오지 못하고 가슴에 갇힐 뻔했던 영국의 한 소년이 태어난 지 10년 만에 자기 의사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조나단 브라이언(10)은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다.
조나단을 임신했을 당시 그의 엄마 찬탈(39)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영향이 뱃속 태아에게도 미치는 바람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부부는 조나단이 평생 걷거나 뛸 수 없는 건 물론이고, 말하고 배우는 능력에 선천적 결함이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다. 배우고 말하는 능력의 결함은 누구도 조나단에게 세상의 단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찬탈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나단이 일곱 살이 됐을 때 글자와 발음을 조금씩 가르치기 시작한 그는 아들이 아홉 살이 되자 특수 구조로 제작된 글자판 보드를 활용해 문장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시선으로 색깔과 알파벳을 고르는 방식의 보드는 언어치료사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비슷한 보드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눈빛으로나마 말하게 된 조나단은 영국 메트로에 “전에는 새장 속에 갇힌 새 같았다”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원하는 뭔가를 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조나단 외에 두 자녀를 더 둔 찬탈은 “이제야 아들의 답답함이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와 처음으로 말하게 되는 순간의 기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웃었다.
메트로는 “조나단은 이제 어느 정도 복잡한 내용의 시와 이야기도 써나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메트로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