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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네이버 아이디 팝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5.26일 15:44

아이디를 사고 판다는 말, 잘 실감나지 않으실 겁니다. 남의 아이디를 살 일도 없을테고, 그걸 쓸 데도 마땅치 않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남의 아이디로 포털사이트에 로그인 해보니 문제가 달라졌습니다. 사고 파는건 '아이디'지만 결국엔 그게 다 개인 정보였으니까요.

남의 아이디를 사는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검색 사이트에 '아이디 판매'라고만 쳐도 "네이버 아이디를 판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광고 글에는 메신저로 문의를 하라더군요, 채팅으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주로 네이버와 다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판매하고 있었고, 양은 얼마가 됐든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게 가격인데 아이디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가장 싼 건 5백원, 비싼건 3천원까지도 봤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더니 '죽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는 싸고, 반대로 '죽을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는 비싸다고 합니다. 아이디의 주인이 비밀번호를 바꾸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비밀번호가 바뀔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일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논리입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는 크게 두 종류였습니다. 해킹한 아이디거나, 아니면 직접 만들었거나. 해킹된 아이디는 엄연히 주인이 따로 있는건데, 이들이 수시로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을하고 비밀번호를 교체한다면 아이디 판매자로서는 이런 아이디 팔아봤자 구매자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듣을게 뻔합니다. 따라서 판매자들은 포털사이트에 자주 들어가지 않는 사용자,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사용자들의 아이디를 주 타겟으로 수집합니다.

또 직접 만든 아이디, 속칭 '생성 아이디'도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않을수록 아이디 생존 기간이 길어집니다. 생성 아이디란 아이디 판매자들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포털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만든 아이디입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로 새로운 계정이 생겼다는걸 눈치채지 못하면 그만인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생성 아이디는 해킹 아이디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디를 사 봤습니다. 진짜 쓸 수 있는 아이디인지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해 봤더니 몇몇 아이디 빼고는 다 로그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포털 사이트 최초 가입 당시에 온갖 개인 정보 입력하라고 했던거 기억나실 겁니다.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 하면 그 때 사용자가 기록했던 개인정보들이 고스란히 다 나타납니다. 실명과 메일주소, 휴대전화 번호, 메일함을 보니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가입한 카페까지...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디를 누가, 왜 사려는 걸까요? 아이디 판매자는 '홍보'를 하려는 사람들이 아이디를 사 간다고 합니다. 블로그 지수를 높이거나 지식인 등급을 올리기 위해 남의 아이디를 이용하는 겁니다. 가끔 알 수 없는 성인카페의 홍보 쪽지를 받는 것도 다 이런 경로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요. 요즘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가면 온갖 사기 피해 글들로 가득합니다. '물건을 사겠다고 돈을 보냈더니 택배로 돌이 왔다더라', 뻔하지만 피해자들이 계속나오고 있습니다. 피해 사례를 보면 매번 다른 아이디를 쓰는 사기범에게 돈을 보내지만 알고보면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아이디를 도용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기 사례인 겁니다. 대부분 대포폰, 대포 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범인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이디를 도용당한 피해자 외에도 이들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2차, 3차 피해자가 속출하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해킹당한 건지 네이버 관리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업체측은 '해킹 당한건 아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른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그동안 여러차례 유출 됐는데, 이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네이버에서도 그대로 쓰기 때문에 마치 '해킹 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합니다. 다른데서 유출된 개인 정보로 네이버 사용자들의 정보도 유출한 거라고 주장하는거다, 네이버만 보안을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야 한다...한마디로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비밀번호 자주 바꿔야 하는건, 물론 사용자의 몫이겠지요. 하지만 스스로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개인 정보가 유출되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은 좀 허망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란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대안이 없는건지, 안일하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업체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일이 아니라고 계속 뒷짐만 지고 있는다면 누가 개인 정보 입력해가며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려 할까요. 개인 정보 유출, 그 끝이 보이지 않기에 더 두려운 겁니다.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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