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패널 공장을 5개에서 2개로 줄이는 파나소닉, 패널 생산을 대만과 합작으로 전환한 샤프, 일본 내 TV 생산에서 철수하는 히타치와 도시바, TV 사업에서 8년 연속 적자를 낸 소니….
일본 TV는 왜 패배했는가?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전양판점 `요도바시카메라`. 4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국의 LG전자 스마트TV다. 고객의 눈에 반드시 띄는 이곳은 그야말로 특등석에 해당한다.
"우리 젊은 사원들도 갖고 싶어하는 제품입니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잘 팔리죠." 점장 마쓰이 아키지로 이사의 말이다.
LG 스마트TV는 재미있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익숙해진 아이콘이 TV 화면에 배치돼 있어 감각적인 조작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올해는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의 해다. 최신형 고급 TV가 불티나게 팔려야 하지만 디지털 전환, 에코포인트 등이 끝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판매 증가가 멈춰버렸다. 올해 4월 평면 T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8% 감소한 50만2000대.
"33년간 매장에 있었지만 지금처럼 괴로웠던 시기가 없다. 오일쇼크 때보다 심하다." 마쓰이 이사의 말이다. 그런 요도바시 TV 매장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LG 코너다.
2013년부터는 평면 TV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일본 TV시장에 들어온다. 일본 메이커는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 야마다 노보루 야마다전기 회장의 진단은 이렇다.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한국이 우위에 있다. 이미 때는 늦었다."
일본 메이커는 어디서 잘못됐는가? 마쓰이 이사의 분석은 이렇다. "깨끗한 화면 경쟁에만 몰두한 채 소비자를 즐겁게 하는 것을 잊었다. 3만엔짜리 TV는 안 팔려도 절전기능을 지닌 4만엔짜리 선풍기는 팔린다. 2만엔짜리 스마트폰용 헤드폰도 잘 팔린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손님은 돈을 쓴다. 일본 메이커는 큰 공장만 지을 뿐 매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대가는 크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교외에 있는 회원제 양판점, 코스트코 매장을 찾은 오사나이 와세다대학 조교수는 점원의 이야기에 귀를 의심했다. "삼성과 같은 가격에 샤프 제품을 사면 10인치는 더 큰 제품을 살 수 있어요." 매장 입구에는 샤프의 70인치 LCD TV가 줄지어 있다.
"미국에서는 일본 업체가 TV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있더군요."(오사나이 조교수). 브랜드 힘이 없으니 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만들기에만 열중해온 일본 제조업체들의 현주소다.
- MK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