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년만에 가입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서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였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넘어 스마트뱅킹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 은행들은 앞다퉈 다양한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에서도 누릴 수 있는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금융 플랫폼을 선보였다.
모바일 전자지갑도 그 중 하나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삼성카드는 각각 ‘주머니’, ‘하나N월렛’, ‘m포켓’이라는 모바일 전자지갑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 포인트 적립, 쿠폰 적립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주변에서 모바일 전자지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다니는 이들을 만나긴 쉽지 않다. 구글이 야심차게 선보인 구글지갑도 휘청거린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져 왔다. 모바일 전자지갑은 초기 기대대로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실감하고 있지 못할 뿐입니다. 모바일 전자지갑은 금융권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업입니다.” 한준성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본부 본부장 생각은 달랐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폰용 금융 앱을 선보이고 발빠르게 스마트폰에 대비해 금융 플랫폼을 준비하는 일을 맡고 있어서가 아니다. 한준성 본부장은 1950년대 다이너스카드가 처음 등장해 신용카드를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모바일 전자지갑 시장 활성화에도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내 출시 후 1천만대를 돌파하기까지 전화는 86년, 휴대전화는 14년, PC는 12년, 스마트폰은 1년이 걸렸습니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삶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이상 모바일 전자지갑은 대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바일 전자지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갈리긴 하겠죠.”
모두가 다 모바일 전자지갑은 준비한다 해서 결과가 똑같으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하나N월렛을 비롯해 등장한 모바일 전자지갑이 선보인 서비스는 결제, 쿠폰, 포인트 적립 등으로 비슷비슷해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만든 금융기관이 다르고 디자인이 다르다는 정도랄까. 모바일 전자지갑을 선보이는데 있어 다른 차별화 요소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길 법도 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생겨난 금융시장 변화를 어떻게 파악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스마트 금융을 외친다고 해서 기존 금융이 갑자기 똑똑해지는 게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어떤 금용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 그게 바로 모바일 전자지갑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입니다.”
한준성 본부장은 2010년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고객이 어떤 결정을 두고 선택하라 수 있는 방법이 2가지에 불과했다면,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10가지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엄지손가락 몇 번 두드리면 검색창이 열리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온 덕분이다.
“조사해보니 사람들은 내 주변 맛집 검색,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법 등 실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더군요. 단순 정보 검색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기기를 이용하는 것, 금융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고객에게 단순히 모바일 기기로 금융상품을 전달하고 서비스해봤자 매출이 오를리 없습니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선보이는 것, 이게 바로 핵심이지요.”
하나N월렛은 가상계좌 거래를 내세웠다. 은행이 가장 잘하는 건 계좌 거래로, 이를 살려 모바일 전자지갑을 만들어야 다른 모바일 전자지갑과 차별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하나N월렛은 하나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가상화폐와 가상계좌를 만들어 앱이 깔려 있는 사용자 간 화폐를 주고받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계좌 거래를 중요시한 모바일 전자지갑이 다음에 보일 행보는 무엇일까요. 소액대출 서비스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고객은 스마트 기기를 문제 해결용으로 사용합니다. 현금이 없을 때, 하나N월렛이 깔려 있는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먼저 현금을 대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이런게 은행이 만든 모바일 전자지갑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닐까요. 카드 기능을 넣어 현장에서 결제하게 만드는 결제 다양성은 나중에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한준성 본부장이 하나N월렛을 통해 준비하고픈 서비스 목표는 명확하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준비하고 있는 거창한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지급결제를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다. 가장 잘 하고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놔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하나N월렛에 추가하고픈 서비스는 잔뜩 있습니다. 지금 다 말할 순 없지만 하나N월렛의 1년 뒤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추가할 서비스, 선보일 서비스 계획이 모두 잡혀 있습니다. 자신이 자산을 낳는 서비스로 하나N월렛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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