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김병현이 국내 마운드에 서서히 적응하며 메이저리거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이전까지의 김병현이 ´그냥 잠수함´이었다면, 지금의 김병현은 과거 빅리그를 호령하던 ´핵잠수함´의 모습에 점차 가까워지는 중이다.
핵잠수함의 표적은 이번에도 곰이었다.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 5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국내 마운드 첫 승을 거둔 김병현은 26일 목동 홈구장에서 다시 한 번 두산을 제물로 시즌 2승(2패)째를 챙겼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메이저리그 출신 해외파인 박찬호와 김병현에게만 무려 4승을 헌납하며 금의환향의 제물이 되고 있다.
국내 복귀 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이날 김병현은 6이닝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김병현을 상대로 좌타자 일색의 타선을 내세운 두산을 맞이해 효율적인 피칭으로 6이닝 동안 70개의 공만을 던졌다. 스트라이크(48개)와 볼(22개)의 비율도 이상적이었다.
직구 평균 시속은 140㎞대 초반 그쳤지만 볼넷이 1개에 그칠 만큼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맞춰 잡는 피칭을 선보였다. 과감한 몸쪽 승부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대부분의 타자들을 3-4구 이내 범타를 유도하는 패턴을 보였다. 종종 카운트가 몰릴 경우 도망가는 피칭을 했던 지난 몇 차례의 경기에 비해 확연하게 자신감과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타선도 김병현의 호투에 힘을 보탰다. 넥센은 두산을 13-3으로 대파했다. 경기 후 김병현은 밝은 모습으로 "지난 경기에서 두산 타자들을 상대해봤기 때문에 이번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힘을 빼니 제구도 더 잘됐고 처음 등판할 때보다는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병현의 호투를 누구보다 반긴 이는 역시 김시진 감독이다. 그동안 꾸준히 김병현의 몸 상태를 주시해왔던 김시진 감독은 ´제구력 안정과 투구수 관리´를 호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시진 감독은 "이미 경험이 많은 투수다. 많은 조언을 하지 않아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을 기대했다. 핵잠수함의 완벽한 부활이 가까워질수록 넥센의 상승세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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