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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작가의 해뜰날…대타로 나와 대박쳤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7.13일 19:51

허미경의 TV남녀

‘박경수 작가가 누구야?’

요즘 드라마깨나 보는 사람이라면 궁금해 죽는다. 재벌과 정치권력과 검찰! 권력깨나 휘두르는 이들의 게임판 속에서 딸도 잃고 아내도 잃은 사십대 중반의 가장 백홍석(손현주)의 ‘진실(진범) 찾기’ 악전고투를 묵직한 대사에 담아 툭툭 뱉어내는 이 작가 누구?

“동윤아, 니 농사 지어봤나? 지주가 그 수많은 소작농을 우짜 관리하겠노? 그래가 마름이라는 걸 뒀다 아이가.” “하이고, 욕봤데이.”(재벌총수 ‘서 회장’이 지주가 마름에게 하듯 정치인과 검찰간부에게 하는 대사)

“법대로 해야지!”(밥먹듯이 ‘편법’을 쓰면서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웅변하는 ‘대선 후보 강동윤’의 대사)

드라마 <추적자>(사진·에스비에스)에서 가장 날선 긴장감을 연출하는 건 ‘재벌총수 서회장’과 그 사위인 ‘대선 후보 강동윤’ 사이의 대사다. 겉으로 드러난 말과 이면의 진실 사이의 괴리감. 이 아이러니가 팽팽히 화면을 긴장시킨다.

들리는 말로는 쪽대본이라고 한다. 생방송 촬영에 가깝게 아슬아슬 제작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정색한 비판이 크게 일지 않는다. 절망의 끝에 몰린 ‘손현주’를 응원하는 것만큼이나, 작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처럼 밀도 높은 대본을 써달라는 마음들인 것 같다.

“박경수 작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라.”

구본근 에스비에스 드라마제작본부장이 이 드라마 편성을 결정하면서 연출자에게 단단히 주문한 건 이 한마디였다고 한다. “연출도 중하지만, 작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박 작가가 참 잘 써요. 그런데, 왜 그동안 박 작가를 안 썼느냐고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글쎄, 박 작가가 글이 잘 안 써지면 도망을 간다고 해요.”

<추적자>는 시청자 앞에 나타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방송사 드라마제작본부 책상에 놓인 두 회 분량의 대본과 시놉시스. 잘 씌어진 이야기였다. 꽃남꽃녀 톱스타 캐스팅도 없는, 찌질하고 처량맞은 40대 가장의 ‘외로운 싸움’ 이야기가 과연 먹힐까. 잘 썼다고 편성을 받는 건 아니다. <추적자>가 방송을 타게 된 것은 마침 애초 편성이 예정돼 있던 한 톱스타 캐스팅 드라마가 불발되면서다. 그 캐스팅이 성사되지 않자, 책상에 놓여 있던, 박 작가의 <추적자>를 편성하기로 했다. 구 본부장은 당시의 선택을 지금 흐뭇해 하고 있다. 초반 9%대에 머물던 시청률은 최근 20%대로 치고 올라섰다.

박씨는 1998년 단막극 공모 당선 뒤 이듬해 <카이스트>에서 송지나씨의 ‘새끼(보조)작가’로 본격 드라마 집필을 시작했다. 2006년 <내 인생의 스페셜>을, 2007년엔 <태왕사신기>를 공동 집필했다. 근 10여년 동안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드라마는 3개였다. 그는 그 시간 동안 ‘전업’ 작가였다고 한다. 박씨가 소속된 김종학프로덕션의 관계자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매년 한편씩 쓸 수 있는 유명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삶이란…”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는 “그 10여년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박 작가가 좋은 전례를 남긴 것이다. 신인 작가들도 한해 한해 흐르는 세월에 대해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작가협회에 등록돼 있는 드라마작가는 400여명, 방송가 언저리 작가 지망생도 수백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타는 작가는 30명가량에 그친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밤을 새워가며 시청자와 만날 기약이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다.

자신을 대상화하는 이런 식의 글쓰기에 그 자신은 난감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응원하고 싶다. 삽십대 초반에 시작해 사십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시청자와 깊숙히 만날 수 있게 된 작가 박씨의 궤적은 <추적자>의 주인공 백홍석의 안쓰러움에 겹쳐진다. 십수년 무명의 시간들을 응원하고 싶다.

- 한겨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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