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진초록빛 남조류가 한강을 뒤덮으며 녹색강의 공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무더워진 날씨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특히 독성물질에 대해 한강수계의 상수원수와 정수 모두에서 독소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진석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은 7일 "분말활성탄과 염소 투입, 여과 장치를 통해 독성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냄새물질보다 독성물질 처리가 더 수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이어 독성물질이 있는 남조류 물을 먹은 가축의 경우 피해사례가 해외에서 보고된 바 있지만, 여과 처리된 정수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는 점을 예로 들며 믿고 마셔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상수원에 퍼져 있는 독성물질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남조류는 하천이나 호수의 물에 발생하는 식물성 조류의 일종인데, 녹조류, 규조류와 달리 세포 안에 독소물질을 생성하는 빈도가 높아 간과 신경기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가정에서 쓰는 수돗물에서 흙냄새까지 나자, 녹색 강물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흘러들어 오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혹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낮 기온이 36도까지 올라 8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노유동 청담대교에서 바라본 한강에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북한강과 팔당댐 일대에서 발생한 녹조는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상승한 수온과 빈도가 줄은 강수에 한강을 따라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남조류의 독성물질은 화학물질이라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역별 정수처리시설 편차가 심해 전 지역 수돗물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37개 정수처리장 중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은 3곳에 불과하다. 2013년까지 3개소, 2015년까지 2개소를 추가해 총 8개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완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사는 수도권 인구가 마음 놓고 사용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인다.
황 팀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있는 지역은 상대적 덜 위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위험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는 고도화된 하수처리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상류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일부 하수가 강물에 유입되는 것 같다"며 "고도처리시설을 통해 인 성분만 걸러내도 상류에 남조류가 확대 번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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