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와 쿠츠나
(흑룡강신문=하얼빈) 자신의 피를 뽑아 자화상을 그리고 글씨를 쓴 작품이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초콜릿도 자신의 피를 섞어 만들었다. 다른 벽면에는 일본 AV 영화의 한 장면이나 출장안마 전단지를 배경으로 자신을 모델로 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베이징 차오창디(草场地)예술구 쭈이쿠(醉库)에 있는 미와 쿠츠나(Miwa Kutsuna, 29) 씨 작업실의 작품들이다. 처음 봤을 때 그림 재료가 무엇인지를 모르면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자신의 피로 그렸다는 말을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모델이 누군지를 알고 나면 파격적 인상을 받는다.
미와 작가가 준비하는 다음 작품은 일본 AV 여배우 아오이 소라를 모델로 삼았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는 일반인의 상상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걸 그리느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개인의 전쟁(一个人的战争)’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일본인인 그녀는 누구나 한번쯤 겪은 개인적 상처와 욕망을 파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미와가 자신의 피를 이용해 그린 자화상과 글씨
개인의 전쟁은 내면과의 전쟁
미와 작가가 ‘개인의 전쟁’이라는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한 작품 활동은 지난 2010년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Dakashi)가 젊은 작가들을 위해 발굴한 미술축제인 게이사이(GEISAI)페스티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 자신의 피로 그린 자화상과 글씨다.
그녀는 이 축제에서 현대 미술의 거장인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호평을 받으며 입상해 자신의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 타이완 등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도움 아래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미와 작가는 “피는 내 존재의 근원이다”며 “피를 이용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을 돌아다니며 느낀 자아의 혼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반면, 피를 섞어 만든 초콜릿에는 자신의 피에 담긴 사랑을 초콜릿에 담은 셈이다.
▲ 미와 작가는 ‘성부(性婦)’를 테마로
한 전시에서 자신을 출장안마 전단지에
나오는 여성으로 표현했다.
최근 ‘성부(性婦)’를 테마로 그녀는 그림에서 자신을 일본 AV의 여주인공, 출장안마를 하는 매춘녀로 표현했다. 우리의 정서에 비춰보면 미친 짓이다. 그녀는 “90년대부터 페미니즘 미술이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성적 해방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생겼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며 “나 스스로를 일본 AV의 주인공처럼 묘사해 내 마음 속에 있는 성적 욕망을 보여줌과 동시에 ‘매춘’ 등 아시아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모델로 삼아 피로 그린 그림에는 작가 자신의 인간적 희노애락의 감정이 직선적으로 표현됐다. ‘성부’ 그림을 통해 작가와 여성의 내적 욕망을 직설적이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예술은 공부
‘개인의 전쟁’라는 그녀의 작품세계의 뿌리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으로 참전한 그녀의 할아버지는 한국, 중국 침략의 최전선에 서서 일본군의 무자비한 참상을 몸소 체험했다. 전쟁이 끝나고 무사히 돌아왔지만 할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당시의 아픈 기억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미와 작가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몇차례 술자리를 통해 당시의 얘기를 들었는데 비극적인 역사를 들으면서 인간의 존재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개인의 내면적 아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가 일본의 명문 사립미대인 타마미대에서 공부할 당시에는 서양의 미술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풍토였다. 동양 전통의 미술을 배우고 싶었던 그녀로서는 아쉬움이 컸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유학온 중국 현대 예술의 대표 작가인 황루이(黄锐)의 작품을 접하고 그녀는 중국의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돼 한국, 중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미와 작가는 2006년 한국 홍익대의 석사과정에 입학해 2년 동안 동양화와 함께 동양철학을 배우고 2010년에는 중국 중앙미술대학(中央美术学院) 석사과정에 입학해 실험예술을 전공했다. 한중일 3개국의 명문 미대를 두루 거치며 아시아의 전통, 현대미술을 공부한 셈이다.
3개국 명문 미대에서 공부한 그녀는 “개인적으로 예술은 공부라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인간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고 이를 예술로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의 예술철학을 말했다.
다음 작품은 아오이 소라
‘개인의 전쟁’ 3번째 작품 테마는 아오이 소라다. 아오이 소라는 일본에서는 AV 여배우로 유명한 ‘섹스 심벌’이지만 중국에서는 섹스 심벌이라기보다 대중 문화의 아이콘이다. 현재는 AV 활동을 그만뒀지만 그녀는 여전히 ‘AV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떼어내지 못했다.
미와 작가는 “아오이 소라 역시 치열한 ‘개인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지는 고민 중이지만 아오이 소라의 개인적 아픔과 그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표현해낼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온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