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의원 사진. MBC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13일 “2009년 6월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을 22일 전체회의에서 징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폐지 결정된 <무릎팍도사>의 4년 전 방송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심의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회장 변희재) 민원에 따라 이뤄졌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은 7월 “안철수 의원이 세 가지 거짓말을 했다”며 “<무릎팍도사>가 안철수를 단번에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시켰다. 안철수 의원의 거짓말을 방송한 MBC가 즉각 이를 정정하도록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방심위 실무자는 이날 스포츠경향과 전화통화에서 “(4년 전 일을 이제와 문제 삼는 것은)지난 7일 내부 회의(소위원회)에서도 말이 있었다”며 “ ‘안철수 의원이라 그런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외부에서 어떻게 보이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냥 민원을 받고 처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들은 정치인 안철수와 관계된 사안이라 다룬다는 맥락에서 말했다. 여당 추천 인사인 엄광석 위원은 회의에서 “방송을 통해 안 의원이 정치인으로 입문하는데 작용했다면 객관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희 위원도 “오락 프로그램이 정치성, 정치인의 일방적 홍보의 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제기된 ‘거짓말’에도 논란이 있다. 방심위는 안철수 의원의 발언중 “군대 갈 때 부인이 몰랐다”, “MBC 뉴스에 출연해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의대 교수를 포기하고 백신 개발했다”가 거짓말이라는 민원에 따라 심의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토크쇼에 나와서 기억에 의존해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관계가 틀렸다고 이제 와서 제재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사실 관계를 따져서 방송하면 토크쇼라는 장르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며 “모든 토크쇼의 청문회화”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전에 <힐링캠프>에 나와 자기 미화를 했다”며 “이런 것은 용인하면서 안철수 편을 제재하는 것은 매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김택곤 위원은 “보도 프로그램 만이 언론이 아니다”며 “연예·오락도 크게 보면 언론인데 이는 안철수 의원을 대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방심위가 정부·여당 인사 6명과 야당 인사 3명으로 불균형하게 구성됐다”며 “전체회의에 들어가면 징계는 확실하고 징계 수위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제재를 주장하는 1명 위원이 있긴 한데 아마 거기까지는 안가더라도 행정 제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무릎팍도사> 제작진은 서면 진술을 통해 “확인된 사실만 녹화해 방송했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경향과의 전화 통화에서 “종영되는 마당에 논의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절차대로 하고 그냥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며 대답을 피했다.
<김진원 인턴기자>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