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4일 독도를 방문한 가수 이승철이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 ‘그날에’를 부르고 있다.
일본이 독도 관련 발언을 한 한국 연예인들의 ‘블랙리스트’를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에서 공연을 펼쳤던 가수 이승철이 지난 9일 오전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에서 4시간가량 억류됐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입국이 거절돼 귀국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이른바 민감한 역사·영토 관련 발언이나 활동을 한 연예인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일본 전문 에이전시 관계자는 11일 문화일보에 “이승철은 지난 8월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를 방문해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 ‘그날에’를 발표한 것 때문에 일본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민간 차원에서도 그들을 섭외하지 않는 등 페널티를 주는데 이승철의 경우처럼 입국 심사 때부터 문제 삼는 것은 이미 민간을 넘어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에 입국해 활동하지 않더라도 독도 관련 발언을 했던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는 일본 수출길이 막힌다. 몇 해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독도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배우 최모 씨가 출연한 드라마는 일본 시장에서 철퇴를 맞았다. 이 드라마를 만든 외주 제작사 대표는 “일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일본 측 에이전트에 문의하면 일본 시장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연예인의 명단을 불러줬다”고 귀띔했다. 일본 시장에서 활동할 수 없는 ‘반일 연예인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에 앞서 2012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 수영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배우 송일국(사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일본에서 방송 6일을 앞두고 취소된 적이 있다.
몇몇 일본 업체들은 반일 감정을 드러낸 스타들의 자국 내 활동을 제약하며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2012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각시탈’은 항일 운동을 소재로 하고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 등이 삽입돼 일본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자 몇몇 한류 스타들이 출연을 거절하기도 했다. 간접적으로 대중적 영향력이 큰 스타들의 일본 관련 발언을 막으려는 시도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정부의 편향된 태도가 문화의 흐름까지 막고 있다. 문화는 막히면 돌아가기 마련인 만큼 일본으로 향하던 물꼬가 중국으로 바뀌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