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이 마침내 이민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키스톤XL 송유관 법안의 의회 부결로 한숨을 돌리자마자 레임덕(권력 누수)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이민개혁 행정명령 발동 절차에 들어갔다.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로 정계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의 암운이 몰려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9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동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흰색 와이셔츠에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내일 오후 8시(한국시간 21일 오전 10시), 여기 백악관에서 고장 난 이민개혁 개선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우리의 이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워싱턴의 정치권은 너무나 오랫동안 문제를 곪게 했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를 고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내일 오후 8시 연설을 청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강행은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공화당과 밀고 당기는 타협 속에서 끌려다니기보다는 핵심 의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인 셈이다.
최대 500만 명의 불법 체류자에 대해 합법적 체류권한을 부여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집권 후반기에 히스패닉과 라티노 사회를 우군으로 다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2016년 대선 정국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19일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민주당 의원 18명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해 이민개혁 방안을 설명했다. 이민개혁 개선안 발표 다음 날인 21일에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델 솔 고교를 방문해 여론몰이에도 나설 방침이다. 학생의 54%가 히스패닉계인 델 솔 고교는 2년 전 그가 이민개혁 구상을 처음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오바마 황제(Emperor Obama)’라고 부르면서 즉각 반발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실의 마이클 스틸 대변인은 “만일 오바마 황제가 미국민을 무시하고 사면(이민개혁)을 발표하면 스스로 말해 왔던 제도적 권한을 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화당은 △추수감사절 휴회 취소 및 특별회기 소집을 통한 행정명령 거부 결의안 통과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예산 지출 금지 △12월 13일 임시예산안 불연장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티파티 강경파들은 대통령 탄핵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날 공화당의 린지 그레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공화당은 항복하거나, 과잉대응도 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면서 “탄핵과 셧다운은 현명한 전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