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아 이 프로그램 초창기를 이끌었던 원년 멤버들을 초대했다.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모습에 웃다가, 누군가 던진 한 마디에 안방극장은 잠시 멈칫거렸다. 10년 후에 또 보자는 그 말 한 마디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이 프로그램 초창기 자진해서 나가거나 하차 통보를 받아 빠진 표영호, 조혜련, 이윤석, 김성수, 이켠, 윤정수 등이 ‘작은 잔치’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다.
시작부터 정감이 넘쳤다. 오랜 만에 만난 멤버들은 서로의 근황을 ‘까발리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파산부터 재혼, 굴곡진 인생사를 웃음으로 승화했다. 또한 ‘무한도전’에서 제작진의 결정으로 억울하게 빠진 멤버들의 성토 대회가 펼쳐지기도 했다. 지금은 JTBC로 옮긴 여운혁 PD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며 진짜 동창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위 ‘잘나가는 동안’ 자신들을 다시 찾아주지 않은 것에 대한 솔직한 불평은 이들이 ‘무한도전’이 존폐 기로에 놓였던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물 한 잔 놔두고 수다만 떨어도 즐거운 가운데, 제작진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예능인 ‘무한도전’답게 감사패 증정마저도 웃겼다. 경로당 잔치 같다는 구시렁거리는 말과 기념사진 하나 진지하게 찍는 법이 없었다. 뭉클한 소감을 밝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온갖 사건과 사고에도 늘 웃음이 가득했던 ‘무한도전’은 10년을 돌아보는 자리에서도 흥이 넘쳤다. 화려한 축하 가수 대신에 저급한 표현이라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노래를 조혜련이 부르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오히려 즐거움이 더했다.
그러던 중 박명수가 꺼낸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오늘 만나면 또 언제 만날까?”라고 물었다. 윤정수는 “10년 후”라고 대수롭지 않지만 꼭 이뤄지길 바라는 말 한 마디를 남겼다. 조혜련이 “10년 후에도 (이런 자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드러내며 이날의 ‘작은 잔치’는 마무리됐다. 스쳐지나가듯, 30초도 안 된 이 짧은 대화는 이 프로그램을 10년간 지켜본 시청자들을 가슴 먹먹하게 했다. 10년 전 이들이 이런 자리에 모일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던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앞으로의 10년도 아무렇지도 않게 오리라는 게 고정 시청자들의 바람일 터다.
한 예능프로그램이 10년을 버티고, 심지어 큰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 도전’일 것이다. 그런 무리한, 무모한, 무한한 도전을 ‘무한도전’이 하고 있다. 10년을 함께 했던 노홍철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며 빠지는 일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큰 특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삐걱거리는 논란이 발생하며 ‘트러블 메이커’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다. 언제나 이 프로그램을 향한 위기와 우려의 시선은 계속됐지만, 꿋꿋하게 달려왔고 ‘예능 공룡’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방송 흐름을 비쳐봤을 때, 그리고 사람 일은 어찌될지 모른다 했을 때,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얽혀 있는 ‘무한도전’이 향후 10년을 더 방송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농담처럼 던진 ‘10년 후에 또 보자는 그 말’이 꼭 지켜졌으면 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시끄럽고, 호불호가 엇갈리고, 인기만큼이나 많은 돌팔매를 맞아도 흔들림 없이 웃음과 감동을 안기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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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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