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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 베일 속 ‘안티’들… 그들은 누구인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3.07일 07:31
베일 속 ‘안티’들… 그들은 누구인가

30대 남성 김모 씨는 약 10년 전 국내 자동차업체의 중형차 A모델에 대한 안티(anti) 카페 운영자였다. 김 씨는 A모델의 1998년형 새 차, 2001년형과 2004년형 중고차 등 총 3대를 몰았다. 지금도 낡은 차를 손세차할 정도로 애지중지한다.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안티 카페를 만든 것은 자동차회사 때문이었다. 2000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00cc 미만 중형 승용차 충돌시험에서 A모델은 경쟁 차에 비해 부진한 별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몇 가지 테스트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신문광고를 냈다. 김 씨는 회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그가 운전하던 2001년형 차는 겨울철에 시동이 걸리다가 꺼지거나 유리창이 잘 올라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김 씨는 회사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언더코팅을 할 때 하체 밖에도 코팅제가 묻어 있는데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 “A모델의 안전도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최고의 안전성으로 광고하는 이유는 뭔가요?”

그러나 그의 글은 게시판에서 사라졌다. 김 씨가 게시글을 왜 허락 없이 지웠는지 항의하자 “고객님은 A모델 고객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화가 난 김 씨는 안티 카페를 만들었다. 김 씨는 “지금도 여러 차량의 결함에 대해 꾸준히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왜 안티가 됐을까. ‘안티’라는 이들은 진짜 소비자일까, 경쟁사의 모략일까, 악성 댓글을 즐기는 누리꾼일까, 건전한 비판자일까.


인터넷 베일에 가려진 안티의 정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3, 4년 전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에선 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경쟁업체에서 임원 한 명이 이직해오면서 “전 회사에 현대차에 대한 악성 글을 게시하는 조직이 별도로 있었다”고 보고했다는 것.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지금도 ‘경쟁사 조직’이 안티의 시초라고 믿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 이유 1위는 ‘갑질’

일반인의 ‘안티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동아일보는 지난해 11월 21일∼12월 1일 20∼60대 남녀 61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47.1%는 ‘대기업에 반감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 대우(21.1%) △정치권력을 이용한 특혜(18.8%) △오너 체제와 상속에 대한 불만(18.6%) 등의 이유로 반감을 표했다.

가장 반감이 큰 그룹은 삼성그룹(41.6%) 현대차그룹(12.9%) 롯데그룹(9.4%) SK그룹(4.2%) LG그룹(1.7%) 순이었다. 조사는 ‘땅콩 회항’ 사건(미국 시간 지난해 12월 5일) 이전에 이뤄져 한진그룹을 가장 반감이 있는 업체로 꼽은 응답자는 극소수(0.7%)에 그쳤다. 삼성에 대해서는 오너 체제와 상속에 대한 불만(24.0%), 현대차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29.4%), 롯데는 지역사회와 사회 공헌에 대한 무관심(24.5%), SK는 정치권력을 이용한 특혜(33.3%)가 반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유명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7.3%가 ‘반감이 있다’고 했다. 정치인(80.6%)에 대한 반감이 가장 컸고 법조인(6.6%), 고위공무원(4.6%), 기업인과 연예인(각 2.9%), 언론인(1.2%)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말과 행동의 일관성과 신뢰성 부족’(64.5%), ‘사욕을 우선시하는 언행’(17.3%) 때문에 반감이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유명인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경로로는 ‘뉴스 등 언론보도’(각 57.5%, 70.2%)를 가장 많이 꼽았다.


SNS로 퍼지는 악성 댓글

디지털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가 기업, 연예인, 정치인들에 대한 악성 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안티들은 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뉴스 댓글보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악성 글을 올렸다. 오전보다는 오후와 야간에 많은 글이 올라왔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대표는 “악성 글의 유형은 크게 ‘아니면 말고형’ ‘배 아파형’ ‘사회 매장형’ ‘관심 유도형’ ‘지역감정 조장형’ 등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안티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일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여론몰이 식으로 흘러가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1∼19일 대한항공에 대해 부정적 내용이 게시된 글 25만7305건을 분석한 결과 42%가 오전, 45%가 뉴스 댓글을 통해 올라왔다. 출근길에 실시간 뉴스를 접하며 안티들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네이버에서 대한항공이 언급된 뉴스에 달린 댓글 개수는 12월 1일 150건에서 8일 3만3815건으로 폭증했다.

조형진 AT커니코리아 파트너는 “위기 대응의 핵심은 진정성과 속도”라며 “이슈 당사자가 직접 또는 일관된 채널을 통해 위기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지체 없이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티들에게는 비전을 제시해 이해를 구하는 한편 이들을 비판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양극화… 특권층에 대한 안티로

안티가 급증한 계기는 1999년 ADSL(전화선을 이용한 컴퓨터 데이터 통신)의 보급이었다.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목소리가 한데 모일 수 있게 됐다.


초기 안티는 사회 운동적 성격이 강했다. 1999년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시작된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디지털 조선일보를 패러디한 ‘딴지일보’가 대표적이다. 중고교생들이 인터넷에서 벌인 ‘안티 스쿨’ 운동은 교육부의 두발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이후 안티 활동은 반(反)기업 및 연예인 비방 홈페이지 개설, 정치적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특권층이라고 여겨지는 대상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또 특정 집단에 안티 성향을 드러내기보다는 사안별로 개인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며 안티도 개인화,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안티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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