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1981년 7월 29일 세계인의 눈이 런던에 있는 성 바울 성당(St.Paul‘s Cathedral)에 쏠렸다. 당시 영국 왕실의 미래였던 찰스 황태자가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성대한 결혼식은 TV를 통해 전세계 수백만명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찰스 황태자가 아닌 황태자비였다. 노포크 출신의 몰락한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난 다이아나 스팬서(Diana Spencer)가 왕실에 입성하는 모습에 대중은 환호했다.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은 그녀를 왕실을 넘어 영국의 아이콘으로 만든다.

알려진 바처럼 이후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녀가 남긴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 때문이다.

세계 왕실의 권위와 힘이 점점 떨어져가는 지금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신데렐라 스토리에 귀기울인다. 다이애나비는 바람 속의 촛불이 되어 사라졌지만, 누가 제 2의 다이애나비를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평민에서 왕비가 되는 신데렐라들은 존재한다. 10명의 진짜 신데렐라를 엄선해보았다.

왼쪽부터 메리 왕세자비, 메테 왕세자비, 막시마 왕비

▶ 막장 과거사로 왕실 입성 자격 미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들

- 메리 도널드슨 (Mary Donaldsonㆍ덴마크)

호주의 시골 섬마을 타즈마니아 출신인 메리 도널드슨은 평범한 시드니의 부동산 직원이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이 열리자 각종 유럽 왕실이 시드니에 몰렸고, 그녀 또한 큰 꿈을 가지고 상경한다. 결국 그녀는 덴마크의 프레드릭 왕세자를 만났고 그가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메일을 통해 꾸준히 썸(?)을 탔다. 그 사이 그녀는 모델 학원 등을 다니며 자신을 가꾸어 나갔고, 후에 프레드릭의 연락을 받고 코펜하겐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덴마크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모델, 금발의 능력있는 정치가 등만 사겨오던 왕세자의 새 여자친구에 덴마크 국민들은 실망했고, 동서지간이었던 마리 왕자빈과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덴마크어를 배우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돌렸고 2004년 결혼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촌스럽기 때문’이다. 모델출신이었던 그녀가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가혹한 촌닭 놀림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요즘도 간간히 쇼핑 중독과 사치로 구설수에 오른다.

- 메테 마리트 (Mette Maritㆍ노르웨이)

노르웨이의 왕세자비 메테 마리트는 과거가 화려한(?) 여인이다. 마약 중독자, 문란한 파티 중독자, 마피아와 혼전 관계로 인한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왕실의 국민 지지율은 70%가 훌쩍 넘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았다. 국민 남편이었던 호콘 왕세자가 메테 마리트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왕실의 지지율이 반토막으로 곤두박질 쳤던 사실만 봐도 노르웨이 국민이 메테 왕세자빈에 얼마나 반감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으리라.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되자 메테는 호콘 왕세자와 함께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를 가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에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며 두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잇었다. 메테 왕세자비가 마피아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귀족 지위를 받게 되었고, 호콘 왕세자 사이에서 1남 1녀를 낳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호콘 왕세자가 마리트의 어떤 매력에 빠졌는지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 막시마 조레귀에타 (Maxima Zorreguietaㆍ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왕비 막시마는 아르헨티나의 독재 군부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호르헤 조르귀에타의 딸이다. 그녀는 금융 전문가로서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네덜란드 국왕인 빌럼 알렉산드르를 만났다. 네덜란드 헌법상 왕실 결혼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막시마가 독재 군부 각료의 딸이었던 만큼 두 사람의 결혼은 순탄치 못했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결혼식 불참석을 조건으로 겨우 의회의 동의를 받아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민이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다. 예외없이 막시마 또한 국적을 포기하지 못했고 현재 유럽 왕실에서 비자로 생활하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빨간 사각형으로 표시된 인물들이 모두 평민 출신

▶ 스웨덴 왕실은 평민을 좋아해? 국왕도 자녀들도 모두 평민과 결혼

- 실비아 르네이트 (Silvia Renate)

실비아 왕비는 독일 태생으로 외국어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여성이었다. 독일어는 물론 스웨덴어, 포르투갈어,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숙했다. 독일 내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일하던 그녀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당시 왕세자)를 통역사 신분으로 만났다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곧 두 사람은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스웨덴에는 왕실에는 귀천상혼제라 하여 높은 신분의 여성과 결혼하지 않으면 왕위계승권과 왕자 칭호를 박탈하는 원칙이 존재했다. 그러나 왕세자는 “실비아와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라고 의회를 협박(?)했고 당시 왕위 계승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의회는 결국 결혼을 허락하였다. 슬하에 빅토리아 왕세녀, 칼 필립 공, 마들렌 공주를 두었다.

- 다니엘 베스틀링 (Daniel Westling)

평범한 헬스 트레이너 베스틀링의 삶이 바뀐건 그가 빅토리아 왕세녀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으면서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되었다. 그러나 왕세녀의 아버지 칼 16세 구스타프는 그가 앞으로 여왕이 될 빅토리아의 남편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했다. 이후 베스틀링은 스웨덴 왕실사, 외국어, 패션 등 왕실 수업을 받으며 자신을 완전히 탈바꿈했고 그제서야 국왕의 인정을 받아 왕세녀와 결혼할 수 있었다. 현재 두 사람 사이에는 왕실 계승 서열 2위인 에스테르 공주가 있다.

- 소피아 헬크비스트 (Sofia Hellqvist)

소피아 헬크비스트는 최근 스웨덴 왕실 계승 서열 3위, 칼 필립 공과 결혼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일으켰다. 그 이유는 역시 그녀의 과거 행적때문이었다. 그녀는 왕자를 만나기 전 모델 활동을 하며 많은 노출을 한 상태였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어떤 남자와 수위 높은 행동을 벌인 모습이 공개적으로 방영 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왕자를 만날 당시에는 이미 뉴욕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며 동시에 요가 강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후에서였는지 한 인터뷰에서 소피아 왕자빈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경험이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두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아마 이런 당당한 모습에 왕자가 반한 게 아닐까.

- 크리스토퍼 오닐 (Christopher O’Neill)

크리스토퍼 오닐은 영국 태생의 금융가로 뉴욕에서 일하던 중 마들렌 공주를 만났다. 스웨덴 왕실 계승 서열 4위인 그녀는 전 약혼자의 외도로 파혼의 아픔을 겪은 후였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고 2013년 결혼을 했다. 두 사람 슬하에는 딸 레오노르가 있다.

왼쪽부터 케이트 왕세손비, 라니아 왕비, 레티시아 왕비

▶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한 방정식 = 평민 출신 + 아름다운 외모 + 패션 센스 + 소박함 or 능력

- 케이트 미들턴 (Kate Middletonㆍ영국)

2011년 4월 29일 영국에서 ‘제 2의 다이애나비’의 탄생을 알렸다. 영국 왕실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은 약혼한 순간부터 평민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이애나비와 비교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케이트 미들턴은 한 순간에 영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건강하고 꾸밈없는 매력이 대중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영국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왕실에 입성한 평범한 젊은 여성답게 명품브랜드와 대중적인 브랜드를 조화롭게 매치시키면서 명품브랜드만 주렁주렁 걸치는 젊은 여성 패셔니스타들과는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산 브랜드를 애용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호감을 많이 사고 있다. 최근에 아들 조지에 이어 딸 샬롯까지 출산하면서 그녀는 영국 왕실의 이미지 제고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 라니아 알 야신 (Rania Al Yassinㆍ요르단)

요르단의 왕비 라니아는 여권이 비교적 낮은 아랍 지역에서 현대 여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히잡을 쓰지 않는 왕비, 커리어 우먼 출신 왕비’는 그녀의 수식어이다. 실제로 그녀는 요르단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시티은행과 애플에서 일하던 커리어 우먼이기도 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나 지금의 압둘라 국왕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이전까지 방탕한 생활로 구설수에 오르던 국왕의 사생활도 라니아 왕비를 만나며 변하자 국민들이 그녀에게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여성 인권과 아동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자선 사업을 활발히 활동하며 ‘국왕보다 바쁜 왕비’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 (Letizia Ortiz Rocasolanoㆍ스페인)

스페인의 최초 평민 출신 왕비다. 그녀는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의 앵커로 활동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혼 경력과 평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결혼 당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페인에서 꽤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 부패로 얼룩진 스페인 사회에서 그녀는 소박한 생활을 이루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레티시아 왕비는 유럽에서 케이트 미들턴과 함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 그리고 소박함이 평민 출신이라는 점과 어우러져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왕비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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