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에 법개정 당겨 달라 건의
1일부터 서울 지역 금연구역 1950여 곳에 대한 흡연자 과태료 부과 조례가 시행됨에 따라 공원, 버스정류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만~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31일 흡연자들이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회사원 김현주(33·여)씨는 최근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옆 테이블 손님들이 피운 담배가 발단이었다. 연기가 옆 테이블까지 퍼질 정도로 줄기차게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했다가 고성까지 오고 간 것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흡연자들은 '웬 참견이냐'며 거친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벽에 '금연' 표시가 붙어있는데도 버젓이 피우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가게주인 때문에 더 불쾌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김씨처럼 음식점에서 담배 연기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31일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금연구역 확대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은 150㎡(45평) 규모 이상 음식점만 2분의 1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진흥법을 개정해 금역구역 지정 음식점의 규모를 2014년 100㎡, 2015년 50㎡로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2016년에는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송요상 서울시 건강정책팀장은 "그동안 소규모 음식점의 간접 흡연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며 "시행 시기를 좀 더 앞당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동교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서울시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던 음식점 등에 대한 실내 금연단속은 내년 3월부터 바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흡연구역이 아닌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또 흡연구역을 설치하지 않은 가게 주인도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 같은 규정은 1995년 재정된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른 것이지만 금연구역 설정 기준이 모호한 데다 단속 자체가 어려워 그동안 실효성이 없었다. 단속이 이뤄진다고 해도 계도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시는 경찰에게 있던 흡연 단속 권한이 내년 3월 경범죄처벌법 개정으로 지자체로 넘어옴에 따라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자치구와 협의해 단속 인력을 확충하고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분리 시설에 대한 규정도 구체화한다.
일부 상인은 지나친 규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4)씨는 "영세상인 입장에서는 흡연실을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손님 한 명이 아쉬운데 담배를 피운다고 무조건 내쫓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정경수 회장은 "흡연자들은 어디서 담배를 피우란 말이냐"며 "무작정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몰아붙이는 것은 흡연자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금연구역 1950여 곳에 대한 흡연자 과태료 부과 조례가 1일 시행됨에 따라 강남대로와 공원 등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만~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앙일보 최모란